도시철도에 임산부 배려석이 마련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임산부에 대한 배려는 여전히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임산부를 표시하는 배지가 눈에 잘 띄지 않는 데다 임산부 배려석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승객이 많아서다.  본지 기자가 직접 확인했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기자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출·퇴근시간과 점심시간에 도시철도 1호선 서면∼구서역 구간을 관찰했다. 도시철도 출입문 기둥 옆자리의 임산부 배려석에는 좌석 등받이 부분에 동그란 모양의 ‘임산부 먼저’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도시철도 각 호선마다 좌석 4곳에 마련돼 있다. 하지만 출입문이 열리자 빈자리를 찾아 걸음을 옮기던 승객들은 스스럼없이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다. 김모(55) 씨는 “출입구에서 가까워 주로 이 자리에 앉았는데 여기가 임산부 배려석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를 반증하듯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실시한 임산부 배려 인식도 조사에서 ‘임산부 중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0.9%에 불과했다. 일반승객을 대상으로 배려하지 못한 이유를 물었을 때는 ‘임산부인지 몰라서(49.4%)’가 가장 많았고 ‘방법을 몰라서’(24.6%)가 뒤를 이었다.

시는 지난해 4월 부산·김해경전철에서 ‘핑크 라이트’ 캠페인을 벌여 긍정적인 반응을 얻자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핑크 라이트는 임산부가 열쇠고리 형태의 발신기를 들고 도시철도에 타면 임산부 배려석에 설치된 근거리 무선통신망 센서에서 분홍색 불빛이 들어오게 하는 사업이다. 시는 4억3000만 원을 들여 이달 말부터 도시철도 3호선에 총 320개의 수신기를 설치하고 무선 발신기 2만8000개를 임산부에게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임산부는 도시철도 3호선 환승역(대저·덕천·미남·연산·수영역)과 보건소에서 발신기를 받을 수 있다. 시 류승자 출산보육과 팀장은 “임산부와 일반 승객의 만족도가 높다면 1, 2호선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