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어장 꼽히는 일부 바다
- 조류 빠르고 항로까지 겹쳐
- 충돌사고 위험 무방비 노출

4일 오전 찾은 부산 사하구 다대항은 이미 10여 척이 출항한 뒤였다. 10여 년째 선상 낚시 전문업에 종사하는 선장 A(50) 씨는 “다대항은 형제섬과 외섬 등에서 참돔이 사계절 내내 잡히는 곳이어서 낚시꾼이 많이 찾아 주말에는 20여 척 이상 나간다. 여름엔 주로 새벽 3~4시, 겨울엔 오전 5~6시에 출항한다”고 말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4일 현재 부산 울산 경남(창원 통영)에 등록된 낚시어선은 1287척이라고 밝혔다. 낚싯배 이용객 수도 최근 3년간 증가 추세다. 2014년 73만3780명이던 이용객 수는 지난달 말 기준 124만6710명으로 50만 명 이상 늘었다. 이는 전국 추세와 비슷하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16년 낚시어선업 운영 현황’을 보면 낚시어선 수와 이용객 수가 모두 전년보다 각각 5% 포인트와 16%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울경에는 사계절 가운데서도 특히 9~12월 낚싯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가 물고기를 잡으려는 이들로 붐빈다. 이용객은 평균 1인당 4만6000~5만3000원을 지불하고 송정(도다리), 태종대(돔 방어), 남형제섬(참돔), 기장 원전해역(감성돔), 경남 사량도(농어 뽈락), 한산도(도다리), 매물도(부시리) 등을 찾는다. 어선은 출항 전 해경 파출소나 출장소에 신고해 승선원 명부를 제출하고 주류 반입과 구명조끼 착용 여부 등의 확인과정을 거친 다음 출항한다.

증가하는 낚시 이용객만큼 사고와 단속 건수도 함께 늘고 있다. 남해해양경찰청 자료를 보면 2015년 31건이던 낚시어선 사고 현황은 지난해 32건, 올해 48건으로 늘었다. 단속 현황도 2015년 79건에서 지난해 191건, 올해 135건이었다. 주로 구명동의 미착용(98건), 출입항 미필(62건), 낚시구역 위반(35건), 미신고 영업(23건), 정원 초과(16건)로 단속됐다.

지난 3일 발생한 인천항 어선 충돌 사고처럼 부산 울산 경남 해상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어촌계는 부산에서 조업할 때 주의해야 하는 해상으로 36척의 낚싯배가 신고된 사하구의 목도 남형제도를 비롯해 태종대 대죽도를 꼽았다. 경남에서는 육지에서 거리가 멀고 낚시어선이 밤새 조업하는 해역인 홍도 주변과 국도 남방 해역을 지목했다.

영도구의 한 어촌계장은 “생도와 태종대 전망대 사이는 황금어장으로 손꼽힐 만큼 조업이 잘되지만, 조류가 빠른 데다 200ｍ가량의 줄로 바지선을 끄는 예인선 등이 많아 조업할 때 아주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방어가 많이 잡히는 9~12월 남형제섬과 목도는 요주의 해상이다. 부산해양경찰서는 지난해와 올해 남형제도, 북형제도, 목도에서 추진기 손상과 기관 고장 등으로 낚싯배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부산신항이 있는 강서구 가덕도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가덕도에는 대항과 천성항 등에서 33척의 낚싯배가 있다. 이들 낚싯배는 거가대교를 따라 서쪽으로 가는데, 목적지는 대죽도 중죽도 미박도가 있는 해저터널 인근이다. 이곳은 감성돔이 잘 잡힌다. 하지만 신항으로 가는 대형 컨테이너선박과 항로가 겹친다. 한 어촌계 관계자는 “신항을 오가는 대형 선박이 가덕도와 대죽도 사이를 세로로 움직이는데, 낚싯배는 가덕도와 대죽도 사이를 가로로 통과한다”고 말했다.

박호걸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