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로 광장 대부분 가로막혀
- 분산됐던 노숙인 한 곳에 집중
- 철도 이용자와 동선 겹쳐 불편

“여기 있는 게 맨 길바닥에서 구경거리 되는 것보단 낫소.” 지난 19일 저녁 시간 부산역. 주말이라 인파로 붐비는 2층 대합실에서 멀리 떨어진 화장실 앞에 있던 50대 노숙인은 퉁명스럽게 내뱉고 돌아누웠다. 화장실을 드나드는 철도 이용자들은 벽 한쪽으로 붙어 등을 돌리고 누운 이 노숙인을 애써 외면했다.

부산역 광장 플랫폼 공사로 광장이 가로막힌 20일 노숙인들이 부산역 5번 게이트 출구쪽에서 쉬고 있다. 곽재훈 전문기자

부산의 관문 부산역 광장에 창조지식플랫폼을 들이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오랜 시간 광장 인근에 머물러온 노숙인 문제가 새로운 형태로 부각되고 있다. 20일 부산역 일대를 관리하는 부산시와 동구, 코레일 등 기관 전언을 종합하면 최근 부산역을 드나드는 철도 이용자 사이에 노숙인 관련 민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은 지난 3월 시작된 부산역 광장 창조지식플랫폼 건립 공사(이하 부산역 광장 플랫폼 공사)와 관련 깊다. 이는 과거 평면 형태로 놓여있던 부산역 광장 1만8851㎡ 공간에 공연전시장·다목적홀 등 시설을 갖춘 창조지식플랫폼을 짓는 공사다. 부산역 광장 플랫폼 공사는 도시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돼 시작된 사업이다. 지하 통로 등 공사를 포함한 총사업비 390억 원 가운데 절반은 국비 지원을 받는다.

노숙인 문제는 사업이 진행됨에 따라 광장 대부분 공간이 가로막히면서 촉발됐다. 광장이 열린 채로 있던 시절엔 노숙인과 철도 이용자 사이에 자연스레 서로의 ‘영역’이 구분됐다. 하지만 광장이 가로막히면서 철도 이용자의 동선은 부산역 1번(옛 광장분수)과 5번(교원빌딩) 출구로 좁혀졌다.

특히 5번 출구 앞쪽의 폭 8ｍ가량 도로 한쪽은 저녁이 되면 10명 안팎의 노숙인이 이부자리를 들고 모여드는 곳이다. 과거 중앙 광장을 가로지르던 철도 이용자와 시민이 5번 출구 앞에서 맞닥뜨리는 빈도는 훨씬 높아진 것이다. 광장은 원칙상 금연구역이지만 노숙인이 이부자리를 편 공간 앞뒤로는 흡연하는 시민이 몰려 담배를 태웠다. 함께 모여 밤을 지내던 거처가 이처럼 시선이 집중되는 곳으로 변하자 역사 화장실 앞에 있던 50대 노숙인처럼 역사 내부나 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 계단, 지하쇼핑몰 입구 등지로 몸을 피하는 이들도 생겼다. 철도 이용자와 노숙인 모두의 불편이 커진 셈이다.

부산시와 동구, 코레일, 경찰 등 관계 기관이 이 문제를 풀려 최근 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회의에서는 민원 발생을 줄이기 위한 순찰 활동, 이동식 목욕버스 투입, 청소·청결 관리 강화 등이 논의됐다.

회의를 주재한 부산시 관계자는 “소란을 피우지 않는 한 노숙인이 단지 머무르고 있다고 해서 다른 곳으로 내몰 수는 없다. 공사 이후 광장에 생길 변화까지 함께 살펴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