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재해로 연기 사상 처음

- 경주 이어 역대 두 번째 5.4
- 외벽 붕괴 등에 14명 부상
- 여진 수십 차례… 공포 확산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강진의 여파가 수학능력시험(수능)을 덮쳤다. 교육부는 15일 오후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16일 시행하려던 2018년도 수능을 일주일 뒤인 오는 23일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북 포항시 흥해지역 한 건물 외벽이 떨어져 주차된 차량을 덮쳤다. 사진은 차를 타고 지나가던 한 시민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연합뉴스

수능 시험일이 자연재해로 급작스럽게 변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험일 하루 전인 이날 오후 8시20분께 연기가 결정되면서 수험생은 물론이고 학생, 학부모 모두 대혼란에 빠졌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시험 시행의 공정성과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주일 연기한 오는 23일에 수능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포항지역 수능 시험장 14개교를 전수조사한 결과 포항고 포항여고 유성여고 등 다수의 학교에서 균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애초 교육부는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수능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고사장에 문제가 있을 경우 예비시험장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포항지역 유일한 예비시험장인 포항중앙고에도 균열이 발생하면서 결국 연기를 결정했다.

교육부는 차관을 반장으로 하던 수능비상대책위원회를 부총리가 주재하는 기구로 격상해 운영하면서 바뀐 수능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는 등 종합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학교육협의회와 협의해 대입전형일정을 16일 발표할 예정이다. 당장 수시전형 일정이 연기되고, 통상적으로 수능 채점에 20여 일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수능 결과 통지일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정시모집 일정 등 남은 수능 일정도 모두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와 경북도에서 수능 시험 연기를 요청했고, 부총리가 주재하는 긴급회의를 열어 연기를 결정했다”며 “행안부 기상청 소방방재청 지자체 등 관련 기관에도 수능 연기에 따른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갑작스레 수능 연기가 결정되면서 언론사에도 문의가 빗발치는 등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수험생 자녀를 둔 김모(50) 씨는 “교육청에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학교에서 별다른 통보도 없어 향후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알 방법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고사장이 아닌 학교를 다니는 학생의 등교시간이 밤늦게 결정되면서 학부모와 학생 모두 우왕좌왕했다. 교육부는 수능 시험장 학교와 포항지역 모든 학교는 16일 휴교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발생한 포항 지진은 기상청이 지진 관측을 하기 시작한 이후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규모 5.8)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오후 2시29분 경북 포항 북구 북쪽 9㎞ 지점(북위 36.10도, 동경 129.37도)에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에 앞서 이날 오후 2시22분32초에는 포항 북구 북쪽 7㎞ 지점에 규모 2.2와 규모 2.6의 지진 등 전진이 발생했다. 5.4 규모 지진 후에는 오후 4시49분 규모 4.6의 여진을 포함해 수십 회의 여진이 이어졌다. 지진으로 밤 11시 현재 중상자 1명을 포함해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하송이 박호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