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K금융그룹 ‘119 캠페인’
- 한가지 술·밤 9시 전 회식 종료
- 롯데마트, 성폭력 신고 의무화

최근 잇따라 벌어진 사내 성추행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기업체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범죄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샘 신입 여직원이 최근 직장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성추행 의혹을 산 직원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파장이 커지자 해당 기업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에어부산은 최근 팀 내 회식을 문화 활동으로 대체했다고 8일 밝혔다. 술을 마시는 대신 볼링을 치거나 영화를 함께 보러가는 식이다. 술 기운 때문에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애초에 이를 방지하자는 의미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사내 성추행 문제는 더는 개인의 윤리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업 이미지를 흔드는 치명적인 리스크로 부상했다”며 “직원 모두 이 같은 심각성을 공유하고 자발적으로 조심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BNK금융그룹은 1차에 1가지 술로 밤 9시 전에 술자리를 끝낸다는 ‘119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한샘 사건 이후 자체적으로 밤 9시 회식 종료 시각을 더 엄격하게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며 “직원들이 이 캠페인을 통해 사내 성추행 문제에 대한 인식과 행동을 스스로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회식 시간을 줄이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성폭력 사건을 줄이는 데 노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사내 인트라넷을 성폭력 전담 상담창구로 활용한다. 온라인으로 신고할 수 있는데 본인은 물론 주변 동료의 피해를 목격했을 때도 신고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사내 성희롱을 알게 됐을 때 ‘행복상담실’로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현재 기업의 성희롱 의무교육 횟수는 매년 2회다. 인적관리학회장을 역임한 부산가톨릭대 송병수(유통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신용평가 항목에 기업윤리를 추가해 제도적으로 성추행 예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해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