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가게에 들어가 흉기로 주인을 위협하고 현금을 빼앗아 달아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연합뉴스

광주 북부경찰서는 지난 26일 강도 혐의로 류모(39) 씨를 긴급체포했다.

류 씨는 전날 오후 2시20분께 광주 북구 한 화학약품 판매점이 둔기를 들고 침입해 현금 110만 원을 뺏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범행을 저질렀지만 도주 경로를 역추적한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데 그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경위가 알려지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택배회사에 다니던 류 씨는 3개월 전 회사를 그만뒀다.

하루 12시간 이어지는 격무를 버티지 못했고 관리자와 다툼도 잦았다.

집에는 공황장애를 앓는 아내와 6살 난 딸이 있었다.

날품팔이를 하며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2015년 대부업체에서 진 빚 300만 원이 류 씨의 발목을 붙잡았다.

원금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사이 빚은 500만 원으로 늘었고, 대부업자는 빚독촉 끝에 류 씨 재산에 압류를 걸었다.

임대주택 안에 있던 냉장고 등 류 씨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물품들에 빨간 압류딱지가 붙었고, 25일 류 씨가 범행을 저지르기에 앞서 집에 들이닥친 경매자들은 모든 물품을 가져갔다.

설상가상으로 집세가 밀리는 사이 보증금이 모두 소진돼 류 씨와 아내, 어린 딸은 11월 23일이 되면 임대주택에서 나와 거리에 나앉을 처지에 놓였다.

경매자들이 다녀간 뒤 텅빈 집을 보던 류 씨는 품에 장도리를 감추고 집을 나왔다.

수중에 버스비 1400원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5㎞가량을 걸어 범행 장소까지 이동했다.

류 씨의 발걸음은 노인이 운영하는 가게 앞에 멈췄다.

이 가게는 류 씨가 택배 배달을 하던 때 주기적으로 들르던 곳으로, 업주가 매번 현금으로 택배비를 지급했다는 것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류 씨는 장도리를 휘둘러 주인을 위협했다.

“돈만 내놓으면 다치지 않는다.”

이 강도질로 그는 손에 110만 원을 쥐었고, 집으로 돌아가 절망에 빠진 아내에게 건넸다.

아내에게는 “못받은 일당을 받은 것”이라고 둘러댔다.

범행에 사용한 둔기는 집으로 들이지 못하고 우편함 속에 숨겨둔 채 류 씨는 집 밖을 서성였다.

아내는 딸의 손을 잡고 나와 ‘따뜻한 밥이라도 먹자’며 남편을 만났고, 이 모습은 강도사건 발생 신고를 받고 출동해 범인의 동선을 추적하던 경찰에 포착됐다.

경찰은 류 씨 가족을 조용히 미행한 끝에 류 씨가 딸과 잠깐 떨어진 사이 그를 연행했다.

붙잡힌 류 씨는 경찰서로 향하는 길에 순순히 자신의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류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그 가족에 대해서는 “도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