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 사는 삶 메시지 담아”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지팡이를 쥔 인형, 팔이 없는 인형, 귀에 보청기를 낀 인형, 얼굴에 화상을 입은 듯한 인형…’

27일 부산 동래구 장애인복지관 5층 강당에서 시민과 복지관 직원이 장애인이 만든 인형을 보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직접 장애인형을 만들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27일 오전 부산 동래구 장애인복지관 5층 강당. 책상 위에 다리 한쪽이 없는 인형과 정상인처럼 보이는 인형이 나란히 서 있었다. 바로 옆에는 휠체어에 탄 인형과 뒤에서 끌어주는 인형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장애인형 100여 점을 만든 것은 지체·지적·청각 등 장애가 있는 10명의 장애인이다.

동래구 장애인복지관이 지난 2월부터 ‘인형의 꿈’이란 프로그램을 마련해 10명의 장애인과 함께 매주 수요일마다 장애인형을 만들고 있다. 복지관은 인형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허물고 장애인이 세상과 소통하도록 수업을 준비했다. 여기에 장애인형과 비장애인형을 함께 만들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장애인들은 인형을 만들며 자신의 몸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바느질을 하다가 인형 솜을 넣다가 울기도 했다. 수업에 참여한 지체장애인 A(여·52) 씨는 “처음에는 그냥 장애인이 인형을 만드는 수업인 줄 알고 왔는데 취지를 한참 설명 듣고 참여했다. 인형을 만들며 울기도 했고 나의 과거를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장애인형을 본 비장애인들이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완성된 장애인형은 각종 행사에 전시되고 있다. 이를 본 비장애인의 반응은 뜨겁다. 한 시민은 “처음에 놀라긴 했지만, 인형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특히 장애인이 인형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뭉클한 감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인형 만들기 선생님으로 참여한 장미정 강사도 “다른 인형은 많이 만들어봤지만 장애인형은 처음이었다. 인형을 만들면서 ‘이 인형들이 얼마나 불편할까’라는 감정이입이 됐다”고 전했다.

동래구 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형을 지역 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방문 때 장애 인식 개선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일반인이 장애인형을 만드는 수업도 계획 중이다. 수업을 기획한 마태호 사회복지사는 “영국의 한 회사가 ‘Toy Like Me(나와 같은 인형)’란 주제로 장애인형을 만드는 것을 보고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앞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