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체 소장 등 2명 구속·7명 입건

사람이 살고 있는 재개발 사업구역 내 빌라를 무단 철거해 네 가족이 한겨울에 갈 곳을 잃게 만든 현장 소장 등 관계자 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23일 특수손괴 혐의로 재개발 아파트 철거 업체 소장 백모(38) 씨와 조합 직원 최모(39) 씨를 구속하고 조합장 김모(54) 씨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백 씨 등은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남구 문현동 재개발 예정지역에 있는 4층 규모의 빌라를 입주민 동의를 받지 않고 무단 철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총 6가구인 이 빌라에는 두 가족이 이주한 뒤 네 가족만 남아 살고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백 씨 등은 빌라를 7억4000만 원에 매입하기로 합의해 놓고 감정가인 3억6000만 원만 주려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빌라 주민은 매입가로 9억 원을 요구한 반면 조합은 6억 원을 제시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은 지난해 12월 23일 7억4000만 원에 빌라를 매매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정식 매매 계약서는 일주일 후인 30일에 작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백 씨 등은 계약서 작성 사흘 전에 기습 철거에 나섰다. 철거 하루 전 최 씨가 빌라 주민들이 언제 출근, 등교하는지 시간을 확인해 백 씨에게 보고해 언제 철거할지 시간을 가늠하기도 했다. 철거할 날도 같은 방법으로 주민의 외출 현황을 확인하고 주민 조모(64) 씨가 남아있자 매매 관련 이야기를 하자며 남천동의 한 카페로 불러냈다. 조 씨는 “카페에서 별 이야기도 안 하더니 시간을 벌려고 억지로 식사자리까지 이끌고 갔다”고 말했다. 조 씨는 “양말 한 켤레, 숟가락 하나 없이 한겨울에 길바닥에 내몰리고 보니 세상을 다 잃은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재개발 용지 매입 비용을 줄이려고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