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월 간 참담… 명예·삶 잃어
- 재판부 믿음 더는 의미 없다”
- 변호인 “사법부 치욕적 흑역사”
- 유죄판단 차단·판 흔들기 관측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16일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나에게서 마침표가 찍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재판’의 공정성에 강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7명도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을 연장한 재판부에 반발해 모두 사임계를 제출했다. 사실상 재판을 보이콧해 판을 흔들려는 ‘벼랑 끝 전술’로 해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기간 연장 이후 첫 공판을 마친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은 16일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와 구속이 연장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데 대한 심경을 밝혔다. 재판 도중 직접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우선 “구속돼 주 4회씩 재판을 받은 지난 6개월은 참담하고 비참한 시간이었다”며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돌아왔다.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말했다. 또 “사사로운 인연 때문에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이 없다는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믿음과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통을 인내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롯데나 SK뿐만 아니라 재임 기간 그 누구로부터도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들어준 사실이 없다. 재판 과정에서도 의혹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고 생각한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오늘은 구속 기한이 끝나는 날이었으나 재판부는 검찰 요청을 받아들여 추가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다시 구속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재판부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란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향후 재판은 재판부의 뜻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은 마침표가 찍혔으면 한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묻고 공직자와 기업인에게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도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의 추가 영장 발부는 사법부의 치욕적인 흑역사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구속 연장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신고서를 제출하자 재판부는 “어떠한 재판 외적 고려도 없이 결정했다”면서 “필요적 변론 사건이라서 변호인이 전부 사퇴하면 공판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고 제고를 요청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이 사형·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에는 반드시 변호인이 있어야 한다. 사선 변호인이 없는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은 뇌물수수를 비롯해 18개 혐의로 기소돼 변호인이 있어야 하는 사건에 해당한다. 새 변호인이 선임될 경우 10만 쪽이 넘는 수사 기록과 재판 진행 상황을 검토해야 해서 심리가 상당히 지연될 수밖에 없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