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유주에게만 수리 책임 맡겨
- 영세민은 보수·보강 엄두 못내

- 부산시, 60만 호 재생사업 추진
- 정부 뉴딜사업과 겹쳐 잠정중단
- 도시재생사업에 포함 목소리

부산시는 올해 노후 공동주택 주거안전지원사업비 3억 원을 편성했다. 지난달 부산 중구 보수아파트 건물 외벽 붕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 돈을 들여 보수했다. 반면 20만 호가 넘는 단독주택은 노후화가 심각한 데도 정책의 사각지대이다. 단독주택 재생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사업에 노후 단독주택 유지 보수나 안전진단 지원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12일 부산 중구 보수동의 한 노후 단독주택 지붕에 폐가구와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다. 이준영 기자

■안전진단 지원도 없는 단독주택

30년 이상 된 부산의 단독주택은 15만154호에 달한다. 50년 이상 된 단독주택도 1만8084호이다. 6·25전쟁 때 피란민들이 정착해 무허가로 집을 지은 원도심의 경우 통계에 잡히지 않은 단독주택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런 단독주택을 해결할 법이나 제도가 없다는 점이다.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은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관리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반면 단독주택에 대한 지원책은 없다. 상당수 노후 단독주택 소유자는 영세민이어서 보수·보강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구 주민 최모(여·68) 씨는 “태풍이나 폭우라도 오면 대문과 지붕이 덜렁거려 가슴 졸이지만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집을 보수할 생각은 못 한다”며 “재개발·재건축이 진행되기만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물 안전진단에서도 단독주택은 소외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재난 발생 위험이 높거나 재난예방을 위해 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시설들을 특정관리대상시설로 지정해 안전진단을 실시한다. 공동주택은 준공 이후 15년이 지난 건축물 중 아파트(5층 이상 15층 이하)와 연립주택(연면적 660㎡ 초과·4층 이하)으로 구분해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단독주택은 기타로 분류돼 자치단체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만 특정관리대상 시설로 지정한다. 현재 부산에는 공동주택 총 3936곳이 특정관리대상시설로 지정돼 있다. 관리 대상 단독주택은 부산에서 동구 3곳이 유일하다.

■도시재생사업으로 해결책 찾아야

부산시는 올해 단독주택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60만 호 단독주택지 도시재생 개선사업’을 추진했다. 용역을 통해 전면 철거 위주의 물리적 정비가 아닌 지역 맞춤형 재생으로 마을공동체를 부활시키는 세부적인 내용까지 수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단독주택지 3~5곳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60만 호 재생사업은 현재 잠정 중단된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 대신 정부의 공모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올 연말 대상이 확정되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에는 저층 주거밀집지역 재생사업인 ‘우리동네 살리기’가 포함돼 있다.

부산시가 노후 단독주택지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지역 단독주택지는 재해 위험에 노출된 곳이 많아서 시가 실태를 파악한 뒤 재해 예방 사업을 펼치는 방식 등을 도입하는 것이다.

부산발전연구원 한승욱 연구위원은 “단독주택은 공동주택과 달리 예산 투입의 파급력이 적다는 이유로 그동안 정부 사업에서 후순위로 밀렸다”며 “안전진단 인센티브를 주거나 주택 보수 비용을 저리 융자하는 식의 정책을 통해 단독주택 안전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영 박장군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