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여중·여고 운동부 감독이 선수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본지 2015년 9월 21일 자 6면 보도)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지도자의 폭력이 미성년자에 대한 교육적인 훈계의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고 봤다.

부산지법 형사10단독 장기석 판사는 배구부원인 여중·여고생들을 폭행한 혐의(상습상해)로 기소된 부산 A학교 배구부 감독 A(46)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예방 강의 4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고 10일 밝혔다.

A 씨는 2011년 5월부터 2015년 3월까지 4년 가까이 선수 3명을 18차례에 폭행해 상해를 가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2011년 5월 학교 체육관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선수들과 초등학교 선수들의 연습경기를 마련했다. 당시 A 씨는 공격이 자주 막히자 “초등학생 것도 못 뚫냐”면서 양 손바닥으로 B 양의 뺨과 머리를 10차례가량 때리고 대걸레자루로 엉덩이 부위를 20차례가량 폭행해 피멍이 들게 했다. A 씨는 또 손으로 또 다른 피해 학생들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벽에 부딪치게 한 것은 물론 발로 허벅지를 걷어찼다.

장 판사는 “제자들에게 여러 차례 체벌을 가해 상해를 입혔다. 체벌의 정도가 교육적 훈계를 벗어나 미성년자인 피해자들의 정신적 신체적 발달에 해를 줄 정도여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장 판사는 다만 “훈련과정에서만 폭행이 있었고 피고인이 반성하는 의미에서 감독직에서 물러나 지도자의 길을 포기한 점을 참작해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상당 기간 아동학대예방 강의 수강과 사회봉사를 명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1년 스포츠 분야 인권보호를 골자로 한 ‘스포츠 인권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각 시·도 교육감에게 가이드라인에 맞는 세부 실행 매뉴얼을 만들어 실천할 것도 권고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어떠한 이유로도 운동부 내에서 단체기합과 같은 폭력이나 선·후배 간 체벌을 용인하지 않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선수를 집단에서 격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선수가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운동·훈련과 욕설·모욕감을 주는 언동은 자제하도록 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