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첫 부산퀴어문화축제
- 인근 옛 해운대역 광장서도
- 시민연대 대규모 축제 개최
- 동성애 반대 1인 시위 예고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관문인 구남로가 대규모 광장으로 변하면서 집회·시위 장소로 부상(본지 지난달 21일 자 7면 보도)한 가운데 한날 한시에 대규모 동성애 찬반 집회가 예정돼 있어 충돌이 우려된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오는 23일 오전 10시부터 해운대 구남로 문화광장에서 제1회 부산퀴어문화축제를 연다고 20일 밝혔다.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지우고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장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부산에서 처음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는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부산성소수자인권모임(QIP), 부산녹색당,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부산성폭력상담소 등 40여 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조직위는 이날 오후 4시부터 구남로에서 해운대해수욕장 해변도로~동백섬 교차로~옛 해운대역사 건너편을 지나 다시 구남로 광장으로 돌아오는 2.8㎞ 구간 퍼레이드도 펼칠 예정이다.

같은 시각,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시민연대)는 옛 해운대역 광장에서 2017 레알러브 시민축제를 개최한다. 참가 예상 인원은 3000명이다. 시민연대는 “동성애는 성중독”이라며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퀴어축제를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500여 ｍ 떨어진 곳에서 상반된 입장을 가진 두 단체가 동시에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면서 물리적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연대는 본 집회에 앞서 1000여 명이 옛 해운대역과 구남로 인근, 퀴어축제조직위의 퍼레이드 구간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퀴어축제조직위 관계자는 “1인 시위 형식이라도 거리가 가깝거나 같은 구호를 외치면 미신고 집회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시민들이 동성애가 올바른지, 잘못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퀴어문화축제 참가자와 충돌할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한편 퀴어축제조직위는 해운대구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조직위가 구남로 광장에 부스 40개와 무대를 설치하려고 2차례에 걸쳐 해운대구에 도로 점용 허가를 요청했지만 ‘구남로에서 아트마켓이 열리고 반대단체와 충돌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

조직위 측은 과태료 처분을 각오하고 예정대로 행사를 치른다는 계획이다. 도로 점용허가를 받지 않고 시설물을 설치하면 1㎡당 10만 원, 최고 15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운대구는 허가받지 않은 상황에서 부스 설치 등을 강행하면 과태료 부과와 경찰 고발 등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