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습침수지 어김없이 물바다
- 지사천 범람으로 산단 도로 막혀
- 올림픽대로 등 도로 7곳 통제

- 학교 임시휴업 가정통보 늦어져
- 상당수 학생 이미 등교한 상태

- 방파제 공사 작업 인부 사망
- 빗길 버스 충돌사고 15명 부상

11일 부산에 최고 358.5㎜의 폭우가 쏟아져 도시가 마비됐다. 상습침수지는 물바다가 돼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교육당국은 유치원생과 초·중학생들이 등교한 뒤 휴교령을 내려 맞벌이 부부들을 한숨짓게 했다. 폭우 속에서도 작업하던 한 50대 인부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끝내 숨졌다. 이날 부산소방안전본부에 신고된 비 피해 신고는 682건에 달했다.

	11일 내린 집중호우로 부산 중구 동광동 주택 3채가 무너졌다. 2차 붕괴를 막기 위해 파손된 주택과 물건들이 비닐에 덮혀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또 물바다 된 상습침수지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부산의 누적 강수량은 263.2㎜(대청동 관측소 기준)로 측정됐다. 영도구가 358.5㎜로 가장 많았고 가덕도(283.5㎜) 남구( 271.0㎜)가 뒤를 이었다. 앞서 기상청은 이날 시간당 30㎜(누적 150㎜ 이상)의 비가 올 것으로 전날 예보했다. 또 이날 오전 5시 호우주의보를 발효한 데 이어 오전 6시50분 호우경보로 대체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자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강서구에서는 지사천이 범람해 지사과학산업단지로 800ｍ 구간이 오전 7시부터 1시간가량 양방향 통제됐다. 화명생태공원 진출입로도 오전 7시40분부터 9시까지 통행이 금지됐다. 박모(34) 씨는 “오전 6시40분 연산동에서 출근길에 올랐는데 강서구까지 가는 데 3시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에서는 가야굴다리 아래 도로도 배수 불량으로 물이 차올라 1시간 넘게 통제됐고 승용차 5대가 침수됐다. 오전 7시27분 연제구 거제동 거제역에서 법원 방향 굴다리 아래를 지나던 차들이 고립돼 운전자 6명이 119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해운대구 올림픽대로를 비롯해 총 7곳의 도로가 이날 통제됐다.

■ 학교 늑장 대처, 학부모 발동동

교육당국이 뒤늦게 임시휴업을 결정해 혼선이 빚어졌다. 부산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7시35분 유치원과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학교장 재량으로 임시휴업 여부를 판단하라고 통보했다. 김석준 교육감은 이후에도 많은 비가 내리자 고교까지 포함해 임시 휴업을 지시했다. 유치원 404곳을 포함해 1000여 곳이 오전 8시10분을 전후로 임시휴업을 통보했지만, 많은 학생이 이미 등교한 상태였다. 조금 일찍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준 학부모는 폭우를 뚫고 다시 학교로 향했다. 동래구 사직동 정모(여·40) 씨는 “초등 1학년인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집으로 가는 길에 휴업한다는 문자메시지가 왔다. 노모(39) 씨는 “오전 6시부터 장대비가 내렸는데 2시간이 지나서야 임시휴업하는 게 말이나 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 인명 피해도 속출

이날 오전 10시46분 다대포 서방파제 공사현장에서 A(58) 씨가 작업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동료 작업자가 해경에 구조를 요청했다. 해경 특공대와 경비함정을 현장에 급파한 해경은 20여 분 만에 A 씨를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A 씨는 이날 오전 7시께 서방파제 보강 공사차 동료 인부 3명과 함께 예인선을 타고 서방파제에 갔다.

오전 10시20분에는 중구 동광동 3층짜리 주택이 집중호우에 무너져 1, 2층을 덮쳤다. 사고 당시 건물 안에 아무도 없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앞서 오전 8시28분 금정구 장전동 산성로에서 부산대 방향으로 가던 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져 마주 오던 승용차와 충돌해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5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정철욱 박장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