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큰 변화’ 예고된 중2도 반발
- 고1은 재수 불이익 피하게 돼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 개편 시한 시행이 1년 ‘유예’로 결정되자 교육 현장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현재 중3 학생들은 기존대로 입시를 치르게 됐지만, 고교 3년 동안 새로운 교육과정에 따라 공부해야 한다. 학교 공부는 달라졌는데 시험은 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을 토대로 치러야 하는 ‘미스매치’ 상황이 사상 처음으로 벌어졌다. 현재의 중2는 2022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나 성취평가제를 비롯한 대입제도 전반의 변화가 이뤄지면 혼란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이과 통합이라는 새 교육과정의 취지가 훼손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권혁제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장은 31일 “현행 수능 체제는 교과 편성에 있어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엇박자’를 내는 부분이 많다”며 “수능의 과목별 문제 출제 범위와 세부 과목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런 혼란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수능 범위에서 제외될 예정이었던 기하와 벡터 단원을 비롯해 개정된 수학 출제 범위가 내년 2월 발표될 예정이어서 불만이 크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애초에 개편 시안을 발표하지 않았다면 모르겠는데 이건 아니다. 교육부가 개편 시안 중 하나가 확정될 경우 그에 따라 대비하려던 중3과 학부모들에게는 더 큰 혼란이 발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졸지에 극심한 수능제도 변화를 맞게 된 중2 학생 학부모의 반발도 잇따를 전망이다. 2021학년도의 추이를 보며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잃었기 때문이다. 또 고교입시에서도 중2는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전형을 일반고와 동시에 시행하게 돼 ‘이중 폭탄’을 맞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고1 학생들은 수능 개편이 미뤄지면서 대입 재도전 때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옛 수능 형식이 새 교육과정 취지를 훼손해 결국 교육과정 개편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문·이과 통합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교육부는 문·이과 구분 없이 인문사회·과학기술 분야에 기초 소양을 두루 지닌 융·복합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새 교육과정 도입과 수능 개편의 한 이유로 내걸었다. 대표적인 것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 신설이다. 문과와 이과 학생들이 각각 사회와 과학만 공부하는 ‘학습 편식’을 막고자 모든 학생이 함께 배우는 통합과목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중3이 고3이 되는 2021학년도에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과목이 수능 과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교육부가 ‘1년 유예’로 선회한 것은 부담을 느낀 정치권의 요구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전에 반발이 큰 정책을 섣불리 밀어붙였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상곤 부총리는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 절대평가 확대로 인한 학생·학부모의 혼란과 우려, 교육 주체의 요구 등을 반영한 결과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