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르·K재단 출연금 뇌물공여”
- 특검, 무죄 부분 유죄 입증 주력

- 삼성 측, 뇌물죄 등 무죄 뒤집기
- “승계작업 없고… 박-최 씨의 공모”

다음 달부터 시작될 삼성전자 이재용(49)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도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검은 1심이 무죄로 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뇌물공여) 부분을 유죄로 판단받겠다는 각오다.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5개 혐의 모두 무죄를 이끌어내 ‘뒤집기’ 한다는 각오다. 항소심에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대목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구속기소) 씨의 공모에 대한 법리를 놓고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포괄적 현안’에 묵시적 청탁했나

1심 재판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청탁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을 두고선 양측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삼성의 승계 작업에 사회적 이목이 쏠렸고 청와대 내에서도 보고서를 작성한 점에 비춰 박 전 대통령도 경영권 승계 현안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측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 사항을 들어주며 직접 ‘승계를 도와달라’고 말하진 않아도 최소한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이 깔렸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재판부가 인정한 ‘승계 작업’의 존재부터 부정하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이나 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은 계열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뤄진 일일 뿐이며 계열사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이다. 또 삼성물산이 합병해도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의결권은 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박근혜-최순실 공모 여부도 쟁점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삼성의 승마 지원 과정에서 서로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승마 지원이 미흡하다고 이 부회장을 질책하면서 승마협회 임원 교체까지 지시한 점 ▷최 씨에게서 승마지원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전달받아 온 것으로 보이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9월 이 부회장에게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달라고 요구한 배경에 최 씨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아이디어는 최 씨가 내고 구체적인 실행(요구)은 박 전 대통령이 맡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런 근거를 토대로 뇌물이 귀속된 주체가 공무원이 아닌 최 씨라 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 단순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공모했다는 구체적 경위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공모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직접 증거가 없고, 모두 정황 증거들뿐이라는 입장이다. 박 전 대통령 자신도 최 씨와 공모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동시에 최 씨가 삼성 측에서 승마 지원금을 받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항소심에서 ▷포괄적 현안에 묵시적 청탁을 인정한 부분 ▷포괄적 현안 청탁에서 고의성 인정 여부에 총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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