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행장 부탁받고 주식 매수”
- 건설사 회장, 공판서 녹취 공개
- 변호인, 성 전 회장 보석 재청구

법원이 자사주 시세 조종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성세환(65) 전 BNK 금융지주 회장과 같은 혐의로 약식기소됐던 BNK금융지주 박모(57) 부사장과 BNK지주·부산은행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동현 부장판사)는 21일 성 회장의 공판을 열어 BNK투자증권 직원 3명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특별기일로 지정된 이날 증인신문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됐다.

재판부는 이날 심리를 마무리하면서 성 전 회장이 보석을 재청구한 데 대해 “이번 주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변호인에게 “더 이상 증인으로 나올 지주 ·계열사 임직원은 없느냐”고 물은 뒤 “재판부가 피고인의 보석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대목이 증인에게 미칠지 모르는 ‘피고인의 영향력’ 이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피고인이 사의를 표명하고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했다. 우려하는 증거 인멸 시도를 할 수도 없다”며 “4개월이 넘게 장기간 구금돼 있었고 각계에서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만큼 재판부에 현명한 판단을 거듭 호소한다”고 답했다. 앞서 성 전 회장이 보석을 청구하자 재판부는 ‘증거 인멸 염려’를 기각 사유로 들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부산 한 유력 건설사 A 회장이 성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BNK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A 회장은 녹취록에서 “(주식 매수는) 행장이 내려와서 해주는 거다. 안 그러면 내가 안 할 건데…”라고 했다. 당시 BNK 금융지주 회장이자 부산은행장이었던 성 전 회장의 부탁을 받아 BNK 주식을 대량 매수하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일은 BNK 금융지주의 주식발행가액 산정 기간(지난해 1월 6일∼8일) 마지막 날로 2015년 11월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가가 급락했던 BNK에게는 유상증자의 성패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지법은 검찰이 성 전 회장과 공범으로 약식기소한 BNK지주 박 부사장과 김모 재무기획부장, 양벌규정에 따라 약식기소된 BNK지주·부산은행·BNK투자증권을 같은 재판부에 정식으로 공판을 회부하는 재정합의 결정을 내렸다. 부산지법은 같은 사안으로 피고인이 변호인을 선임해 혐의를 다투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약식 담당 재판부에서 공판 회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송진영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