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비해 쓰레기 양 줄어 뿌듯
- “깨끗한 산 거닐면 자부심 느껴”

오늘도 부산 동래구 마안산에 오빠가 떴다.

34년간 부산 동래구 마안산 일대의 쓰레기를 청소해온 김무열 할아버지가 21일 동래사적공원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21일 오전 6시 마안산 일대 산책로. 일명 ‘마안산 오빠’로 불리는 김무열(94) 씨가 새벽 청소를 나섰다. 김 씨는 양손에 장갑을 끼고 한 손에 지팡이를 짚고 산책로를 올랐다.

마안산에 마련된 동래사적공원 체육시설까지 오르자 한쪽에 마련된 창고에서 청소장비를 꺼냈다. 검은 마대 자루와 쓰레기 집게를 들고 산책로 일대를 청소했다. “34년 전부터 청소를 시작했어. 사람들이 운동은 안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가더라고. 나라도 청소를 해야 할 것 같았어.”

청소하는 그의 오른쪽 주머니에는 경찰 로고가 새겨진 녹슨 호루라기가 항상 들어있다. 그가 산책로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에게 쓴소리 하는 모습을 본 한 경찰관이 선물한 것이다. 김 씨는 요즘도 쓰레기 무단투기 현장을 발견하면 어김없이 이 호루라기를 분다. “호루라기를 불면 등산객들이 ‘오빠야 왔나’라며 알아보기도 해. 음료수를 주기도 하고.”

김 씨는 처음에는 자신의 키만 한 빗자루를 들고 마안산을 쓸었다. 최근에는 허리가 좋지 않아 빗질은 하지 않는다. 대신 산책로에 떨어진 쓰레기나 산책 나온 개들이 흘리고 간 분뇨를 쓸어 담는다. 처음 청소를 시작했을 때는 검은 비닐봉지 2, 3개 분량을 주워 담았다. 최근에는 비닐봉지 1개가 안 되는 양이 수거된다. “그만큼 깨끗해진 마안산을 보면 자부심을 느껴.”

최근 그의 고민은 어른 키 높이까지 자라는 잡초들이다. 청소하다 보면 제초작업이 제대로 안 돼 통행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그는 “사적공원에 1ｍ 넘게 자란 풀들이 있는데 동래구청에서 얼른 베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3시간 정도 청소를 하다 보니 이웃 주민들로부터 ‘마안산 오빠’ ‘마안산 지킴이’로 불린다. 최용옥(56) 씨는 “아침마다 마안산에 산책하러 가는데 할아버지가 정상까지 산책로 일대를 청소하는 모습을 수십 차례 목격했다. 걸어가기에도 힘든 나이에 어떻게 청소까지 하는지 대단하시다”며 치켜세웠다.

동래구는 지난해 청소 장비가 든 창고에 비를 피하기 위한 천막 지붕을 설치하기도 했다. 동래구 담당자는 “할아버지는 마안산 지킴이다. 가끔 마안산에 손이 많이 가는 일이 필요하면 직접 민원도 넣으신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