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을 동의 없이 촬영해 방송한 BJ(1인 방송 진행자)가 검거됐다.

해운대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김모(32)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씨는 약 2년 전부터 활동한 BJ다. 평균 시청자 수는 700~1000명에 이른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을 전문적으로 인터뷰해 방송에 내보냈다. 김 씨는 대부분 출연자의 동의를 얻었지만, 일부 여성은 방송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

김 씨는 출연을 거절한 여성들에게 촬영하지 않는다고 안심시킨 후 ‘해수욕장 분위기를 찍는다’는 명목으로 주변을 촬영하는 척하면서 비키니 여성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경찰은 사전동의 없이 비키니 여성을 촬영하는 BJ가 많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샅샅이 뒤졌다. 경찰은 지난 4일 김 씨가 ‘비키니 인터뷰’ 생방송을 진행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동의하지 않은 여성이 방송에 등장하는 모습을 본 경찰은 김 씨를 임의동행했다.

경찰은 김 씨의 예전 영상을 찾아 여죄를 수사하는 한편 송정해수욕장 등 다른 해수욕장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종의 몰카 범죄라고 볼 수 있다”며 “다른 BJ는 여러 명이 그룹으로 활동하는데, 김 씨는 혼자 활동하면서 실수인 양 카메라를 비키니 여성에게 향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해운대해수욕장에서는 이러한 ‘무개념BJ’로 인한 민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특히 일부 방송에는 비키니 여성에게 선크림을 발라주거나 마사지를 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장면을 본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해운대구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매년 동의 없는 촬영으로 접수되는 민원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