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성여론 높으면 의회서 결정
- 찬반 팽팽하면 주민투표 유력
- 시는 투표 대신 의회동의 선호

부산 원도심 4개 구(중·동·서·영도구)의 통합 찬반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실제로 통합을 결정하는 주민동의 절차에 관심이 모인다. 현행 법률은 지방의회 의견 청취 또는 주민투표 가운데 하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원도심 통합을 하려면 이해 당사자인 4개 구가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 통합 건의를 해야 한다. 지방자치위가 구체적인 통합안을 마련하면 행정안전부는 통합 권고안을 제시한다. 통합 권고안의 핵심은 주민동의 절차이다.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 24조를 보면 “행정안전부 장관은 통합 권고안에 관해 해당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지방의회가 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합 권고안 의결이 된다. 주민투표는 유권자 3분의1 이상 투표해 과반수 찬성해야 한다.

문제는 지방의회 의견 청취와 주민투표를 결정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부산시는 사전 여론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으면 굳이 주민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찬반 여론이 팽팽하면 주민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여론조사는 부산시와 부산발전연구원(원도심 통합 용역)이 각각 한 번씩 할 예정이다.

4개 구에 똑같은 주민동의 절차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중구는 주민투표를 하고 서구는 지방의회 의견 청취를 통해 통합을 결정할 수 있다. 2012년 통합을 확정한 청원·청주시의 경우 지방의회 의견 청취(청주시)와 주민투표(청원군)가 각각 진행됐다.

지방의회 의결로 통합이 결정되면 주민 대표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2010년 출범한 통합 창원시는 주민투표 대신 지방의회 의결로 통합이 결정됐다. 당시 방법상의 논란이 제기돼 일부 자치단체가 분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부산시는 주민투표보다 지방의회 의견 청취를 선호하는 입장이다. 주민투표는 3분의1이상 투표를 해야 한다는 기준부터 지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중구민이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찬성표가 많이 나올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다. 부산시 한 간부는 “주민투표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 지방의회 청취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다음 달 지방자치위에 통합을 건의할 예정이다. 반대가 거센 중구를 제외한 동·서·영도구의 통합을 우선 추진할 수도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수차례 “주민 반대가 심하면 통합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부산시 담당자는 “국내에서 자치구만을 통합한 사례가 없어 통합에 관한 정확한 절차나 시기를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