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 “알아보는 손님 늘어” 반색
- 부산영화스튜디오 세트도 이용

“10만 원만 빌려주라.”(송강호) “내 살다 살다 집주인한테 돈 꿔서 집세 내는 놈은 처음 봤다.”(고창석)

영화 ‘택시운전사’의 촬영지인 부산 동래구 사직동 ‘칠백장 기사 식당’의 박성남 사장이 배우 송강호가 앉았던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1000만 관객을 코 앞에 둔 영화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이다. 영화의 일부 장면은 부산의 음식점과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 촬영돼 화제가 되고 있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택시운전사의 관객은 지난 14일 현재 844만6746명에 달한다. 지난 2일 개봉한 택시운전사는 하루 평균 64만9750명을 동원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처음으로 17일께 ‘1000만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칠백장 주차장에서 찍은 ‘택시운전사’의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잘나가는’ 영화 택시운전사는 5·18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다룬 만큼 대부분 광주·전남에서 촬영됐다. 하지만 김만섭(송강호 분)이 상구 아빠(고창석 분)와 밥을 먹다가 다른 택시기사의 예약 승객인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가로채는 장면을 찍은 ‘삼거리 식당’은 부산에서 촬영됐다.

삼거리 식당의 실제 촬영지는 동래구 사직동의 ‘칠백장 기사 식당’. 주차장 벽에 ‘칠백장’이라고 적혀 있는 글씨와 간판은 영화 속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삼거리 식당’으로 바뀌어 등장한다.

30년 전통의 이 기사 식당은 돼지국밥이 주요 메뉴다. 영화 속 택시 운전사가 주요 고객으로 묘사된 것처럼 택시·버스 운전사가 주로 찾는다.

칠백장 박성남(여·53) 사장은 지난해 제작사 측으로부터 촬영 협조 요청을 받고 흔쾌히 하루 영업을 포기했다. 그는 “배우 송강호의 팬이라 영광이었다”며 “제작사 측에서 3개 기사식당을 놓고 저울질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너른 주차장 덕에 우리 가게가 낙점된 듯하다. 종일 촬영이 진행돼 촬영 당일에는 아예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6월 촬영 당시 송강호 씨에게 사인을 받았다. 같이 사진을 못 찍어 아쉽다”며 웃었다. 또 “당시에는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다.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동료들과 단체 관람을 했다”면서 “송강호 씨가 나와서 막연히 잘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 정도일지 상상하지 못했다. 최근 영화가 화제가 되면서 알아보는 손님까지 생겼다”며 반색했다.

영화가 부산에서 촬영된 분량은 7회차에 이른다. 만섭이 단발머리를 부르며 달리던 택시 내부 장면, 만섭이 먼저 잠든 딸을 깨워 식사하던 만섭 집 장면, 힌츠페터가 갓김치를 먹고, 구재식(류준열 분)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던 황태술(유해진 분) 집 장면은 해운대구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내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부산영상위원회 이승의 제작차장은 “부산에서 촬영하면 대박이 터진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