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출하 앞두고 어민 발 동동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이어지면서 남해안과 동해안에서 양식 중이던 어류의 폐사 규모가 눈덩이처럼 확대되고 있다.

10일 경남 하동군 금남면 중평마을 숭어양식장에서 어민이 폐사된 물고기를 고무통에 담고 있다. 이완용 기자

10일 오전 경남 하동군 금남면 중평마을 앞 숭어 가두리양식장에 들어서면 코를 찌르는 악취로 숨을 쉬기 힘들 정도다. 아침부터 수면으로 떠오르는 숭어를 뜰채로 끌어올려 모아둔 대형 고무통은 오전시간인데도 꽉 차 넘칠 지경이다. 폐사 어류는 사진을 찍고 무게를 달아 공무원이나 수협직원에게 확인한 뒤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양식장 한쪽에 모아두고 있어 냄새가 진동했다. 하동군은 이날까지 금남면 일대 14곳의 어가에서 모두 6만5000여 마리가 폐사해 1억9000만 원의 피해를 입은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주민 서흥태(53) 씨는 “몸집이 작은 치어는 아직 피해가 덜한 편이지만 올가을 출하를 앞두고 있는 팔뚝만 한 숭어가 허연 배를 드러낸 채 죽어 떠오르는 것을 보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다”며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남해군 설천면 검암마을 앞 0.25㏊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숭어 35만 마리를 키우고 있는 지응구(36) 씨는 “지난 7월 말부터 수온이 28도를 넘어가자 하루 250~300마리가 폐사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걱정했다.

거제시 일운면 예구마을의 배모 씨 육상축양장(933㎡)에서 양식 중이던 30㎝ 전후의 강도다리 5200여 마리가 폐사했다. 이 육상축양장에서는 3만5000마리가 양식 중이어서 추가 폐사도 우려되고 있다. 통영시 산양읍 해역 해상가두리양식장에서도 우럭과 볼락의 폐사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경남도는 하동 남해 거제 통영 고성 등지 양식장에서 숭어 등 7만7000마리의 폐사 신고가 들어 왔다고 이날 밝혔다.

동해안에도 고수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울산에서도 양식 중이던 강도다리 수천 마리가 떼죽음했다.

이완용 방종근 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