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1차 위원회 땐 파행
- 여론수렴 회피하다 활동 접어

- 10월 이후 2차 위원회 발족
- 지역민 참여 늘린다지만
- 극심한 반발 탓 실효성 의문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에서 배출된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저장시설 건설을 위해 공론화위원회가 가동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이 폐연료봉을 30~50년 임시 보관할 건식저장시설을 주민 동의 없이 지으려 한다는 비판(본지 지난 6월 22일 자 1면 보도)이 나오자 정부가 ‘공론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제2차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칭) 구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활동이 끝나면 본격적인 구성이 시작된다. 활동기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앞서 제1차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는 2013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한 차례 운영됐다. 당시 공론화위는 영구저장시설의 입지를 정하지 못하고 유야무야 활동을 끝냈다.

정부는 2차 공론화위에서 폐연료봉 처리 계획과 영구저장시설 입지를 검토한다. 또 환경단체나 지역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수용해 주민 수용성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제2차 공론화위가 다룰 핵심 안건 중 하나는 고리원자력본부 내 폐연료봉 건식저장시설 건설이다. 건식저장시설은 중간·영구처분시설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30~50년간 임시로 폐연료봉을 보관하는 공간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본부에 보관된 폐연료봉 6644다발 가운데 1391다발 수용 시설을 1단계로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건식저장시설은 영구·중간저장시설이 아니라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부속(관계) 시설로 분류돼 주민 동의(수용성) 없이 설치·운영할 수 있다. 산업부는 “핵발전소보다 더 위험한 폐연료봉 저장시설을 설치하면서 주민 동의를 받지 않는 게 말이나 되느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공론화위에서 건식저장시설 설치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5년까지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하고 2053년까지 영구처분장을 건설한다는 시나리오다.

일각에서는 제2기 공론화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공론화위가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장 입지 결정을 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두 시설 모두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을 보관하므로 극심한 반발도 예상된다. 최근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들도 최종 결정을 정부의 몫으로 미뤘다.

한 전문가는 “영구처분시설이 언제 완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건식저장시설이 당분간 중간·영구처분시설 기능을 할 수밖에 없다. 공론화위가 주민 동의를 확보하지 못하면 파행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풀기 위해 공론화 말고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

◇ 고리1호기 폐연료봉 보관 계획 2017~2024년 핵연료 인출 및 냉각 2025년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 보관 2035년 중간저장시설에 보관 2053년 영구처분시설로 옮겨 ※자료=산업부,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 부지 2028년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