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부정비·안전 평가 등 이유
- 전력공급 예비율 35% 이상
- “제조업 휴가·최악 불황이 변수
- 휴가 끝나면 수요 급증가능성”

# 탈원전 찬성파

- “신규원전 없어도 전력 문제없어”

# 탈원전 반대파

- “성장률 등 장기변수 생각해야”

국내 원전 24기 중 8기가 가동 중지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전력소비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여름에 국내 원전 3분의 1이 동시에 멈추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름철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전력공사(한전)는 다음 주께 전력 소비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구정지된 고리1호기.

■ 원전 8기 멈춰도 전력 여유

31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자료를 보면 고리원자력본부 3기(고리3·4호기, 신고리1호기), 한빛원자력본부 2기(한빛4·6호기), 월성원자력본부 2기(월성1·3호기), 한울원자력본부 1기(한울5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신고리3호기가 있는 새울원자력 본부는 원전이 정상 가동 중이다.

멈춘 원전 중 5기는 내부 정비 문제 등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고리3·4호기는 내부 격납철판(CLP) 부식 발견 등의 이유로 안전성 평가를 받고 있다. 한빛4호기는 CLP 부식과 원전 돔 콘크리트 타설 불량으로 인한 공동이 최근 발견됐다.

신고리1호기는 지난 4월 계획예방정비 과정에서 냉각재 펌프 부품인 ‘콘너트’가 빠진 게 발견돼 예방정비 기간이 연장됐다. 한울5호기는 지난 5일 원자로냉각재펌프 정지로 인해 원자로가 자동 정지됐다. 월성1호기는 조기 폐쇄 여부를 두고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전력공급 예비율은 기준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력공급 예비율은 35% 이상이다. 통상적으로 20% 정도면 적정 평가를, 7% 선 이하면 제한송전에 들어간다.

■ 불황 등으로 산업용 전력 일시감소

다수의 원전이 가동을 멈추어도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대형 제조업체의 휴가로 인한 일시적 전력량 감소 때문”으로 분석했다.

울산 현대자동차는 지난 29일부터 휴가에 들어가 사실상 공장 전체가 멈췄고 협력업체 생산라인도 함께 중단됐다.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는 조선업계도 일감이 크게 준 데다 휴가철이 겹쳤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8일부터 오는 15일까지 휴일과 연차 휴가를 포함해 최대 19일간의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194개사 1만9000명에 이르는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도 휴가를 맞았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29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쉰다.

전력업계에서는 대형 제조업체의 휴가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전력 소비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전체 전력소비 중 산업용(2788억2785만 ㎾)이 56%로, 가정용 전력 소비량(13%대)의 4배 이상이다. 이와 함께 폭염으로 8월의 주택용 전기 소비가 늘어나면 현재 여유 있는 전력공급 예비율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한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제조업체 휴가철이 끝나면 전력 소비가 크게 늘어난다”며 “섣부르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아마 공급예비율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탈원전·친원전 논쟁 불붙어

환경단체 등은 원전 8기가 멈춰서도 큰 문제가 없는 상황을 놓고, 고리1호기 영구 정지로 시작된 탈원전 정책이 실제 전력수급과는 상관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는 신규 원전을 짓지 않아도 전력 수급에 이상이 없다는 주장이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원전 3분의1이 멈췄는 데도, 전력 수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신고리5·6호기는 계획대로 지어지더라도 국내 전체의 2% 정도의 전력만 생산한다. 탈원전 정책이 전력수급 불안을 불러올 것이라는 건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반박도 나온다. 단순히 현재의 전력 공급 예비율을 보고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경제성장률 등으로 생겨날 수 있는 추가 소비량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양재영(원자력산업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력 사용량 증가를 간과했다가 블랙아웃을 경험하기도 했다”며 “구글데이터센터가 영구 정지된 고리1호기 발전량보다 많은 전력을 소비했다. 경제성장률과 4차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 수요 폭등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