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수요 1000만 명 축소 이유
- “사전조사·예타 목적 달라” 주장
- 터미널 수요는 3800만 명 유지
- “국토부 요청에 따랐다” 각주

- 부산시 총사업비 재추산 난관
- 장애물 절취·소음보상비 빠져
- 터미널·활주로 외 민자 가능성
- 전문가, 시 대응 미숙 지적도

한국개발원(KDI)이 김해공항의 항공수요를 예상보다 1000만 명 축소(본지 지난 21일 자 1면 보도)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결과를 내놓은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해공항을 ‘관문공항’으로 육성하려면 연간 3800만 명이 이용하는 규모로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가 다음 달 발주하는 김해공항 기본계획이 항공수요 3800만 명을 전제로 수립되도록 부산시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 의문투성이 KDI 보고서

KDI가 내놓은 예타 보고서에는 의문점이 많다. 우선 오는 2050년 항공수요가 2856만 명(국제선 1943만 명, 국내선 913만 명)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6월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가 추산한 3800만 명보다 1000만 명가량 준 것은 물론 국토교통부가 사전조사에서 예측한 3218만 명과 비교해도 400만 명 남짓 감소됐다. KDI는 보고서에서 “사전조사는 발생 가능한 최대 수요를 추산하고 예타는 실현 가능한 적정 수요 추산을 목적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KDI는 항공수요를 1000만 명 축소하면서도 여객터미널은 3800만 명 규모로 산정했다. 국제선 터미널의 경우 항공수요인 1900만 명이 아닌 2800만 명(국내선 1000만 명)으로 제안했다. KDI는 “국토부의 요청에 따랐다”고 각주를 달았으나 항공 전문가들은 “항공수요와 다른 규모의 터미널을 계획한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부산시의 요구대로 여객터미널 규모를 3800만 명에 맞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항 전문가인 최치국 전 부산발전연구원(BDI) 연구위원은 “항공수요 3800만 명 규모로 짓는다면 터미널뿐만 아니라 활주로 계류장 광역교통망 계획이 모두 달라져야 하고 사업비도 증가한다”며 “KDI가 국제선 터미널만 3800만 명대로 짓고 나머지는 2800만 명대에 맞춰 사업비를 추산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 달부터 1년간 진행되는 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다. 부산시는 김해공항 시설뿐만 아니라 교통망까지 3800만 명 규모에 맞게 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 전문가는 “3800만 명 규모의 공항을 기본계획에 담으려면 현재 확정된 총사업비(5조9600억 원)보다 사업비가 늘어나야 한다”며 “총사업비가 20% 이상 증가하면 예타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공항 핵심인 터미널과 활주로를 제외한 다른 부분은 민자사업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해공항 확장 총사업비는 두 차례 바뀌었다. 애초 ADPi의 추산치는 4조1700억 원이었다. 국토부가 ADPi의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국내 지침에 맞춰 추산한 총사업비는 6조6595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때 경제성(BC 1 이상은 경제성 있음)이 0.81로 떨어진다. 결국 KDI는 BC를 높이기 위해 총사업비를 5조8431억 원으로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

■ 산봉우리 절취? 새로운 난관

KDI는 보고서에서 “사전 용역에서 (김해공항 활주로 신설에 따라) 절취가 필요한 저촉 장애물이 거의 없는 것으로 돼 있으나 국내 기준(항공법)을 적용하면 저촉 장애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구체적으로 새롭게 조성되는 활주로 진입 표면에 위치한 6600만 ㎥의 장애물(산봉우리)을 절취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KDI는 구체적인 절취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고 총사업비에 포함하지도 않았다. 국토부가 항공학적 검토에 따라 비행 안전을 해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장애물의 존치가 가능한 것으로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만약 공항 확장 과정에서 6600만 ㎥의 산봉우리를 깎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면 총사업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최치국 전 BDI 연구위원은 “새로운 활주로에 접해 있는 김해의 일부 산을 깎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DI가 소음 피해 가구를 800여 가구로 보고 추산한 2353억 원의 소음 피해 보상 규모도 논란이다. 김해시는 훨씬 많은 피해 규모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부산시가 KDI의 항공수요 측정이나 총사업비 산정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공항 기본계획 수립 때 총력전을 펴지 않으면 김해공항 확장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김해공항 확장 총사업비 등 추산 결과  (단위·원) 내용 ADPi  계획서 국토부  검토안 KDI  수정안 공사비 2조7600억 3조4104억 2조8597억 시설부대경비 0 2350억 2028억 보상비 8100억 9734억 9734억 예비비 0 4618억 4036억 장비차량구입비 0 53억 53억 부가세 0 4112억 3471억 접근도로 3800억 5460억 4349억 접근철도 2200억 6160억 6160억 합계 4조1700억 6조6595억 5조8431억 BC 0 0.81 0.94 ※자료 : KDI 예비타당성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