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대 권오창(71) 전 총장이 직원의 퇴직금을 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사용자가 노동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로 중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9단독 이승훈 판사는 당사자 간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 위반)로 기소된 권 전 총장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상시 근로자 300여 명을 고용해 교육업을 하는 사용자인 권 전 총장은 1980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동아대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A 씨의 퇴직금 중 5000만 원 상당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

권 전 총장은 A 씨가 사립학교 사무직원으로 사학연금의 적용 대상이어서 일반인에게 적용되는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른 퇴직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1심은 A 씨가 학교법인 동아학숙의 정관에서 인정한 사무직원이 아니어서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학교법인이 A 씨를 사학연금공단에 가입시킬 때 A 씨의 사무조수 근무기간 8년 가운데 8개월 정도만 연금 수급 대상기간으로 소급 산입했고, 부서기의 업무 성질이 사무조수 때와 본질적 차이가 없었던 점을 종합해 A 씨가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의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근로관계의 경우 노동자가 사용자의 자의적 권력에 예속되기 쉽다. 노동자의 권리와 지위의 외연을 확장해 진정한 자유를 보장해주려면 사용자의 자의적 권력으로부터 노동자가 해방될 수 있도록 법을 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며 “사용자가 자의적 권력 행사로 노동자의 권익을 침해할 경우 사용자에게 노동자를 상생 협력을 위한 동등한 구성원으로 대우하도록 하는 도덕적 의무감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