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경찰청 업체대표와 구속

자신이 담당하는 관급공사의 용역비를 부풀려주고 거액의 뇌물을 받은 부산시 공무원이 구속됐다. 해양·항만 설계 자격을 보유한 업체가 용역을 낙찰 받은 뒤 무자격 업체에게 불법 하도급을 주는 준다는 사실을 알고 계획적으로 금품을 뜯어낸 것이다.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설계 용역사에게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2330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부정처사후 수뢰)로 부산시 6급 공무원 조모(51) 씨와 조 씨에게 돈을 건넨 업체 대표 민모(55) 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조 씨는 기장군에서 근무하던 2014년 5월 민 씨에게 기장군의 어항 개발 용역비 1억2000만 원을 부풀려 국고 지원을 더 받게 해준 대가로 1265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씨는 또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기장군으로부터 해양·항만 설계·시공을 따낸 업체 임직원 3명에게 불법 하도급을 묵인하는 등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직원 회식비, 술값 등을 대신 내도록 하고 명품시계를 받는 등 100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조 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3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조 씨는 해양 공사 관련 설계 사업 발주 때 실제 낙찰을 받은 업체가 자격이 없는 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줘 용역을 진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약점 잡아 금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 씨는 만일을 대비해 금품을 돌려 받을 때 차명계좌를 이용하기까지 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양·항만 분야 설계의 경우 해양토목이나 항만설계 등의 자격을 갖춘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입찰 자격을 갖춘 업체가 설계 용역을 낙찰 받은 뒤 용역비의 15%를 이익으로 챙기고 실제 용역은 무자격 업체가 85%의 금액으로 수행하는 게 관행화 돼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가 회의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업체의 잘못을 지적하는 등 원칙을 내세웠지만, 뒤로는 유흥주점 술값을 대신 내게 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항만설계 등 자격증을 불법으로 빌려주거나 빌린 설계업체 대표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업체들은 자격증이 있는 기술자를 직원인 것처럼 꾸며 낙찰가의 85% 수준으로 설계용역을 불법 하도급 받았다. 이 가운데 H 사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관급 용역 23건을 불법 하도급받았다. 올해 초 부산시가 발주한 해운대구 마린시티 월파 방지시설과 재해 복구공사 실시설계 용역도 H사가 불법 하도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