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억 건 조회수 3600만 원 챙겨
- 첫 유포자 처벌…포털 차단 요청

김모(48) 씨는 최근 방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보다가 황급히 숨기는 중학생 아들을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얼핏 아들의 스마트폰을 봤더니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가는 것처럼 글자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별 것도 아니네"라며 웃고 넘어가려던 김 씨는 스마트폰 화면에 나오는 글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성폭행을 묘사하는 글이 음악과 함께 나오고 때문이다.

	부산경찰청은 12일 고정된 화면에 음란한 글이 바뀌는 이른바 '썰동'이 확산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사진은 신고 화면. 부산경찰청 제공

음란한 내용이 담긴 글을 동영상처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광고수익을 올린 2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른바 '썰동'이라고 불린 영상은 5개월 만에 1억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청소년들에게까지 무방비로 전파됐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유포) 혐의로 이모(27) 씨와 김모(22)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씨 일당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썰동 1000여 편을 올리고 3600만 원의 광고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썰동 대부'로 불리는 이 씨가 만든 유튜브 썰동 채널 1개의 무료 정기 구독자만 4만여 명에 달했다.

경찰조사 결과 두 사람은 인터넷 음란사이트에 떠도는 삼류소설을 바탕으로 동영상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용은 주로 근친상간과 미성년자와의 성관계·성폭행이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이 씨는 글을 읽기 편하게 화면을 편집하고 배경음악까지 깔아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경찰이 이 씨가 운영한 10개의 채널 중 1개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31일부터 5월 30일까지 1761만898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중 7.8%(137만3650건)는 만 17세 이하의 청소년이 시청했다. 청소년의 62%는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10개 채널을 다 추산했을 때 전체 조회 수는 1억 건에 청소년 조회수는 1000만 건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씨 일당이 단속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썰동이 글자로만 된 신종 음란물이라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썰동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처벌 대상이 된 것도 이 씨 일당이 처음이다. 이 씨 역시 경찰조사에서 "야한 소설 형태는 죄가 되지 않는 것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국내외 포털 사이트에 썰동 검색 차단을 요청하는 한편 사이버 명예 경찰 '누리캅스'와 함께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썰동 유포자를 단속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소한 성적 호기심이 많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이 삼류소설보다 못한 썰동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