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교육청이 내년 부산 308개 모든 초등학교의 사지선다형 객관식 문항 폐지 입장을 밝힌 후 찬반 의견이 나눠지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시교육청이 초등학교 평가방법 개선을 위해 요청한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시의회 교육위는 “검증되지 않은 모험적인 정책에 아이들을 맡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욱 꼼꼼하게 준비하고, 검증된 상태에서 시행돼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전액 삭감 배경을 밝혔다. 국제신문 영상팀은 시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서술형 문제를 입수, 초등학교 한 반을 정해 문제를 풀어봤다.

사진=김채호 기자

■ 고치고 쓰고, 또 지우고 고쳐 글 쓰던 ‘서술형 문제’

부산시 교육청의 도움을 얻어 부산 A초등학교 6학년 22명의 학생들에게 국어 서술형 문제를 풀게 해봤다. 학생들은 머리를 긁거나 고개를 숙였고 자신이 쓴 글이 어색한지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다. 학생들에게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물어보니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잘 못쓰겠어요”, “서술형을 해본 적이 없어서 답을 찾기 어려웠어요” 등의 말을 들었다. 국어 서술형 문제 1번 문항인 ‘글쓴이의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나는 표현을 찾아 한 문장으로 쓰시오’에서 똑같은 답을 낸 학생들은 12명으로 절반 이상이었다.

시 교육청 안재홍 장학사는 “똑같은 답이 나온 이유로 6학년이라는 부분이 클 수 있다”며 “아이들은 객관식에 익숙해 서술형 문항을 보여도 채점하는 정답에 맞는 내용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교육청이 서술형 문제를 고집하는 이유기도 하다. 객관식이 필요한 부분은 자격을 요하는 선발이나 서열을 내는 부분이지 교육의 기초단계인 초등학교에서까지 서열화가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부분들이 흥미를 잃게 해 아이들의 발전을 막아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서술형 문제의 출제와 평가

그럼 내년부터 초등학교 학생들이 접하게 될 서술형 문제는 어떤 내용일까. 시교육청이 개발한 국어 예시문제를 보면 글을 읽고 자신이 겪은 일이나 글쓴이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적는다. 이에 대한 평가 기준은 상,중,하로 나눠 제시되 있다. 수학 예시문제도 풀이과정을 모두 쓰고 마지막에 답을 적게 한다. 김민정 B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의 개별적인 생각을 자세히 보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개념 이해 정도를 평가지에 기록한다. 서술형 평가는 상대적 서열에 따라 ‘누가 더 잘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하였고 또 부족한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안 장학사는 “앞으로 6년 뒤 서술형으로 바뀐 시험을 쳤을 때 기자님도 놀랄 만큼 아이들의 기발한 생각을 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 부산시교육청과 일문일답

1. 중학교의 평가방법은 다르다. 초등학생이 중학교 진학때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닐까.

현재 초등학교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중학교 평가는 1학년 입학 전에 치러지는 중학교 학급 편성을 위한 배치고사입니다. 이 배치고사는 앞으로 폐지하거나 문제 출제 유형을 초등학교와 같이 서술형 문항으로 출제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중학교에서는 1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고 있고, 2학기 평가는 수행평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향후 중학교 1학년을 자유학년제로 확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어 중학교와의 연계 방안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중학교 내신 성적 산출 부분도 중학교 1학년 과정을 제외하는 쪽으로 지침을 개정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미 서부의 삼성중학교에서는 3년 전부터 수학과목에 한하여 서술형 평가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의 경우 오히려 실시 전 보다 학습결과가 더 높게 나타나고 2016년 졸업생 중 모교를 방문 고등학생을 모니터링한 결과 대부분 수학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상위권에 많은 학생들이 분포하였습니다.

현재 삼성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3년 동안 서술형 평가의 장점으로 꼽은 것은 ‘문제 푸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찍을 수가 없어서 제대로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과정을 평가함으로 인해 실력이 늘어난다.’, ‘공부할 시간이 늘어난다.’ ‘문제를 확실히 풀 수 있다. 정확한 수준 차이를 알 수 있다.’, ‘자기 스스로 풀고 풀이 과정 등을 알 수 있다. 생각하게 된다.’ 등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2. 3~6학년에서도 서술형 평가는 어렵지 않을까.

초등학교 단계에서 서술형 평가는 매우 기초적인 수준으로 시행됩니다. 별도의 사교육을 받지 않고 수업시간을 통해 단계적으로 글쓰기를 익혀도 학년 수준에 맞는 서술형 평가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초등학교의 대부분의 교과서가 학습내용을 서술형으로 작성하도록 구성되어 있어 초등학생에게 서술형은 이미 익숙한 학습활동 중의 하나입니다.

3. 이번 결정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

이번 객관식 폐지로 크게 4가지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첫째, 학생들의 자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기효능감과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입니다. 한 줄 세우기 경쟁으로 우리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 행복 지수, 친구 사귀기, 학교생활 만족도 등이 최하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둘째, 학생들의 미래 핵심 역량을 키우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학생이 저마다의 주인공이 되는 성장 중심 서술형 평가가 정착된다면, 우리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토론과 질문이 일상화된 수업 속에서 문제해결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기르게 될 것입니다.

셋째, 수업이 변화될 것입니다. 교사 중심 수업에서 학생 참여 중심 수업으로 전환되고, 교사 중심 주입식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다양한 수업 예를 들면 토의토론 중심 수업, 탐구 중심 수업, 프로젝트 학습으로 전환될 것입니다.

넷째, 사교육비 경감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결과를 점수화하지 않고 서열화하지 않는 서술형 평가가 정착되면, 학생들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받아 왔던 사교육의 의미가 희석되어 점차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4.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이 늘지 않을까.

초등학교에서 서술형 평가는 매우 기초적인 수준으로 이루어집니다. 별도의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수업시간을 통해 단계적으로 글쓰기를 익히기만 하면 학년 수준에 맞는 서술형 평가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습니다. 서술형 평가라고 해서 어려운 글쓰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납니다.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준에 따라, 글쓰기에 서투른 초등학교 1, 2학년의 경우 말하기 위주로 평가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년 단계를 고려한 문장 길이 형태로 평가하게 됩니다.

서술형 평가의 핵심은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묻는 것입니다. 즉, 학생들이 성취기준에 어느 정도 도달하였는지 어떤 사실과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측정함으로써, 학생들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알아보고 교사들의 교수·학습에 대한 성찰자료로도 활용하게 됩니다. 또한, 수업과 연계한 ‘과정 중심 평가’를 하므로 수업 중에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평가가 이루어지므로 현재처럼 선행학습 형태의 학원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또한 서술형 평가 결과는 점수화하지 않고 학생들을 서열화하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서술형 평가에서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원에 간다든지 하는 새로운 사교육 부담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5. 교육청은 서술형 평가 도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가.

부산광역시교육청에서는 초등 평가방법개선을 위해 2013년부터 매년 학년별 선다형중심의 기본형과 서술형 및 수행형 평가도구를 개발하여 학교에 보급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초등 평가문항제작 전문가양성 직무연수를 개설하여 교사의 평가역량을 높여 왔습니다. 이러한 교단지원활동들이 2017년 서술형 평가 전면 도입이라는 정책을 도입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또한 2016학년부터 전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평가를 실시하는 성취기준 및 수행평가 비율, 일제형 지필평가 실시 현황, 학생평가 결과의 통지현황 등 초등 학생평가 현황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제형 지필고사를 실시하는 학교가 2016학년도 112교, 2017학년도 52교로 점차 감소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부산광역시 학업성적관리시행지침을 통해 우리 교육청에서는 초등학교의 경우 2015학년도 30%를 시작으로 2016학년도 40%, 2017학년도 50%까지 수행평가를 확대하며 평가 방법 전환에 대한 학교의 적응력을 키워 왔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는 학생평가의 60~70%를 수행평가로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평가문항 개발 보급과 지속적인 교사 평가역량 강화, 학교의 평가실태 분석을 통해 서술형 평가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6. 교사들마다 채점기준이 다를 텐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하는가(공정성, 신뢰성)

채점 과정에 대한 공정성, 신뢰성 문제 자체가 객관식 평가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성취기준에 근거해 실시되는 초등학교 서술형 평가는 그 결과를 점수화하지 않습니다. 더욱이 평가 결과로 학생들을 서열화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학생들이 성취기준에 어느 정도 도달되어 있는지를 측정함으로써 학생들의 성장에 대한 이해와 교사의 교수•학습에 대한 성찰자료로 활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평가 결과를 점수화 하거나 이것을 토대로 학생들을 한 줄 세우기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채점의 공정성, 신뢰성 문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7. 등수를 매기지 않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시험결과를 알려주는가.

초등학교에서는 실제 등수를 매기지 않습니다. 등수를 매기는 것은 일제형 지필고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과목별로 100점으로 환산하여 학생에게 알려 줄 경우 학생들 간, 혹은 학부모 간에 서로의 점수를 총점으로 환산하여 서열화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실시하는 서술형 평가의 경우에는 학습결과를 점수화하여 알려주지 않고 학습한 결과 중 학생의 성취 정도와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보정하거나 보충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즉, 서술형 평가는 상대적 서열에 따라 ‘누가 더 잘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어느 정도 성취하였고 또 부족한지’를 평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8. 객관식과 서술형을 적절히 섞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나. 굳이 객관식을 폐지하고 서술형만 고집하는 이유는 있는가.

객관식 평가와 서술형 평가는 지향점이 다릅니다. 객관식 평가는 학습의 결과를 통해 실질적인 서열을 중시하고 있지만 서술형 평가는 학습의 과정에서 학생의 성장에 중점을 둔 평가 방법으로 평가를 바라보는 철학이 다릅니다.

물론, 객관식 평가의 유용성이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 학생들에게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력이나 문제해결력 같은 미래 역량을 키우는 데 어떤 평가 방법이 더 효과적이냐는 것입니다. 창의성이나 문제해결력은 정답을 고르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길러집니다. 따라서 객관식 평가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서술형 형태의 평가가 훨씬 유용한 방법이기 때문에 객관식 평가를 폐지하게 되었습니다.

9. 초등학교에서는 서술형과 논술형이 다릅니까.

초등학교에서 서술형 문항은 3~4학년의 경우 2~3문장으로 구성될 수 있는 내용, 5~6학년인 경우는 1~2 문단으로 구성될 수 있는 내용의 문항을 말합니다. 논술(주장하는 글)은 초등학교 5학년에서 처음 배우고 6학년에서 주장하는 글을 본격적으로 배웁니다. 따라서 초등학교에서 말하는 ‘서술형 문항’은 일반적인 서술형 을 말하고 6학년 이상의 경우에만 초보적인 논술을 포함하는 문항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논술형’으로 표기하였을 경우 학부모들이 사교육에서 실시하는 논술이나 대학입시 전형중의 하나인 논술 전형을 떠올리기 때문에 부산시교육청에서는 ‘논술형 평가’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서술형’으로 통일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10. 전액 삭감됨에 따라 객관식 폐지에 차질이 있을 거로 보인다. 앞으로의 과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시의회의 결정은 좀 더 충실히 준비해서 정책을 시행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의회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더 충실한 준비를 위해서 현재 수립되어 있는 시행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서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부분부터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평가 방법 개선을 위한 기반 조성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교사들의 평가 역량 강화에 필요한 교원연수, 학부모들의 불안감 해소와 인식 개선을 위한 설명회 등은 교육과정과 학력 관련 연수와 연계하여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서술형 평가 자료 개발은 본예산에 반영되어 있는 평가 자료 개발 예산을 활용하여, 기 개발되어 있는 자료를 재구성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자료를 개발해 하도록 하겠습니다. 비 예산사업으로 시범(선도)학교를 운영하여 평가방법 개선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현장의 제반 문제들을 파악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시의회에서도 평가방법 개선의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해 주고 있기 때문에 남은 기간 시의회와 협력을 통해 정책 추진 준비에 충실을 기해서 우려하는 부분들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채호 기자 chaeho@kookje.co.kr

김성화 대학생 인턴

김경민 대학생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