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류 이사장, 희생자 가족 만나
- "한일 양국 관계 회복 계기되길"

"강제노역 희생자 유골 반환이 한일관계를 회복하는 첫걸음입니다."

조선인 강제노역 희생자 납골당 '무궁화당'을 운영하는 기류 준이치(69) 이사장이 1일 부산 남구 대연동 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해 유골 반환을 위해 한일 양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궁화당은 강제노역으로 희생당한 조선인 유골 121구가 안치된 곳으로 일본 규슈 후쿠오카현 이즈카시에 있다. 2000년 재일교포 배래선 씨가 설립해 운영하다 별세 후 2008년 기류 이사장이 이어받았다.

기류 이사장은 어릴 때부터 탄광이 몰린 이즈카시에 살았다. 지역의 복지 담당 공무원으로 일했던 그는 자신을 찾아오는 재일교포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선인의 인권 문제에 눈을 떴다. 이웃 주민이었던 배 이사장으로부터 강제노역 문제를 직접 듣기도 했다. 그는 "조선인들은 왜 억울하게 살아야 하는가. 조선인 강제노역은 합당하지 않다는 생각에 배 이사장으로부터 납골당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류 이사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무궁화당이 지난해부터 일본 우익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류 이사장은 무궁화당에 안치된 일부 유골의 가족을 찾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달 28일 강제노역하다 희생당한 고 김천만 씨의 손자를 서울에서 만나 유골을 돌려주기로 합의했다. 이어 29일 경북 고령에서 강제노역으로 세상을 떠난 고 백성학 씨의 친척 동생 백봉문(93) 씨도 만났다. 백발이 성성한 백 씨는 친척 형과 함께 일본 규슈 지역으로 강제로 끌려가 탄광에서 일했다. 백 씨는 광복 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함께 끌려갔던 친척 형의 소식은 듣지 못했다.

국내에서 유골의 가족을 찾는 일은 한일문화연구소가 돕고 있다. 김문길 연구소장은 "아픈 역사를 매일 되새기면서 희생자의 가족을 찾아주려는 일본인도 있는데 정작 우리 머릿속에서 희생자가 잊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