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밭고개서 중리역삼거리까지
- 총 21㎞ 2개 구간 나눠 개설
- 지역민, 산책 하듯 편하게 찾아
- 마창대교·돝섬 등 볼 수 있는
- 서원곡까지 8.1㎞ 1구간 인기
- 2구간 12.9㎞ 웰빙·산책 최적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와 마산회원구 등 옛 마산시를 병풍처럼 감싸 안은 무학산의 4, 5부 능선을 따라 2개의 구간으로 나눠 길게 개설된 무학산 둘레길. 시가지와 맞붙어 있다시피 가까이 있어 이 둘레길을 걸어보지 않았다면 '아직 가보지 않았냐, 마산에 사는 것 맞아'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지역민과 친근한 옛 마산의 대표적인 힐링 길이다.

	경남 창원시 무학산 정상에서 바라본 옛 마산시가지와 드넓은 마산만. 창원시 제공

무학산 둘레길은 1, 2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전체는 마산합포구 밤밭고개에서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역삼거리까지 21㎞이다. 여느 둘레길의 몇 개를 이어놓은 듯 상당히 길다.

끝 지점에서 반대편 끝 지점까지 걷는 데만 8∼9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어둠이 깔린 후 걷는 것을 감수하지 않고는 하루만에 왕복할 수 없을 정도다. 해 뜰 무렵 나서서 길만 쳐다보고 내달리면 해 질 무렵 출발 지점까지 되돌아올 수도 있으나 대개 이렇게 격렬하게 걷기는 어렵다. 또 뭐에 쫓기듯이 길만 보고 쉼 없이 빠르게 걷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산림욕과 마산만 정취 만끽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만날고개에서 밤밭고개로 가는 무학산 둘레길 구간. 나무가 우거진 숲속 길이 넓게 이어져 있는 데다 마산만의 바닷바람이 계속 불어 시원하게 쉬엄쉬엄 걷기 좋다. 노수윤 기자

무학산 둘레길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한꺼번에 1, 2구간을 모두 걷기보다 구간을 나눠 여러 차례에 걸쳐 산행해 전체 구간을 완주한다. 1, 2구간 중 특히 인기가 있는 곳은 1구간인 밤밭고개에서 서원곡까지 8.1㎞다.

구간 대부분이 경사가 완만해 산림욕을 하는 기분으로 산책하듯 천천히 걸을 수 있다. 또 걷는 동안 우거진 나무가 주는 그늘과 쉼 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으로 시원하고 상쾌함을 만끽할 수 있다. 나무 사이 사이로 마산만을 쳐다보면 바다를 가로질러 길게 가설된 마창대교와 경남 해상관광의 상징인 돝섬, 마산수출자유지역, 아름다운 항구도시 옛 마산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다.

옛 마산 시가지에서 산복도로를 지나 곳곳에 나 있는 무학산 등산로를 따라 400∼500m만 걸으면 무학산 둘레길 1구간을 만난다. 그래서 지역 주민들은 특별한 준비 없이 자신들이 사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등산로를 통해 둘레길을 찾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하루동안 산속을 걷기 위해 이 길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무학산 둘레길 1구간 시점과 종점인 서원곡이나 밤밭고개에서 출발한다.

밤밭고개에서 오솔길을 따라 만날고개을 향해 약 2㎞를 걸으면 편백숲산림욕장이 나온다. 편백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져 산림욕을 하기에 만점이다. 만날고개로 가는 내리막길에는 야자매트가 길게 깔려 있다.

편백숲산림욕장을 나오자마자 만날고개다. 이 지명은 고려 말 마산포에 살던 이 씨가 사망 후 어려운 살림살이 때문에 큰딸이 고개 넘어 감천골(현재 내서읍 감천리)로 시집을 갔다. 친정이 그리운 딸은 고개에 올라 친정 마을을 내려다보는데 마침 딸이 그리워 고개까지 올라온 친정어머니를 만났다는 상봉 전설을 바탕으로 지어졌다. 매년 음력 8월 17일 각종 전통 놀이가 어우러지는 '만날제'가 열린다. 이곳에는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환경 물놀이장과 체력단련장, 출제마당, 제의마당, 전통그네 등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다.

만날고개에서 소나무 숲길을 걷다가 계곡의 다리를 건너는 등 약 2㎞ 가면 신월산 정상이다. 연과 수국이 예쁘게 핀 수선정사를 지나면 완월폭포가 나온다. 오르막 내리막이 거듭되지만 걷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나 기도원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면 오르막이 이어진다. 오솔길을 지나 덱을 따라 숨을 헐떡이며 2.8㎞를 가면 무학산 둘레길 1구간의 종점인 서원곡 유원지가 나온다.

■설렁설렁 걷는 힐링 길

서원곡에서 내서읍 중리역 삼거리까지 12.9㎞가 무학산 둘레길 2구간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보면서 설렁설렁 걸으면 5∼6시간이 걸린다.

서원곡을 지나자마자 서 있기 힘들 정도로 가파른 길에 돌탑이 빼곡히 서 있는 서학사가 나오고 얼마 가지 않아 기분 좋은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무학편백산림욕장에 다다른다. 팔을 양옆으로 펼치고 깊게 심호흡을 하면 편백의 진한 향이 온몸에 그득하고 가슴 속이 시원해진다.

경사가 완만해 산책하기 좋은 길을 따라 봉화산 약수터를 지나면 마산여중 뒤쪽 계곡을 일컫는 앵지밭에 다다른다. 이곳에서도 마산만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봉국사를 지나고 나서는 시원하게 뚫린 남해고속도로와 마산회원구 풍경이 펼쳐진다. 그래도 바닷바람이 여전히 시원하게 불어 무덥다는 느낌 없이 기분 좋게 봉화산 중턱을 지나간다. 이곳에서 두척약수터까지는 계곡을 따라 걷기도 하지만 급경사 없이 완만하면서도 부드러운 숲길이 이어진다. 웰빙과 산책을 즐기기에 최적의 숲길이다.

두척약수터에서 천주산 누리길 시점인 두척경로당까지 약 1㎞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곳에서 구슬골 소류지까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아름드리 큰 나무와 갖가지 야생화가 숲길에 피어 있으나 오르막을 오를 때는 길만 쳐다보게 된다. 두척경로당에서 4.7㎞를 걸으면 무척산 둘레길 2구간의 종점인 중리역 삼거리가 나온다.

숲길을 따라 걸으면 심신이 모두 치유되는 느낌이어서 '힐링로드'라 불릴 정도다.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