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기금 편성 2억 이미 소진
- 군 "부산시에 지원요청 예정"

부산 기장군이 가뭄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두 차례 발생한 AI(조류인플루엔자)에 대처하느라 부산시로부터 받은 재난관리기금을 다 써 버렸기 때문이다. 남부지방은 아직 가뭄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힘든 상태다. 현재 기장의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40%대에 불과하다.

기장군은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자 26일부터 가뭄 극복 종합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5월 내린 비는 315.6㎜ 수준으로 지난해 647.2㎜의 절반에 불과하다. 기장군의 농업용 저수지와 소류지 73개소의 평균 저수율은 40%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AI 때문에 가뭄에 대처할 재난기금이 다 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기장군이 부산시로부터 받은 2억 원가량의 재난기금은 지난해 말과 지난달 연달아 발생한 AI에 대처하느라 이미 바닥난 상태다. 기장군의 농업 인구는 전체의 10%대인 1만4972명이다.

기장군은 부산소방안전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소방본부는 기장군 농지에는 급수전이 없어 농업용수 공급이 힘들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차에 들어있는 물을 다 사용하고 나면 도심 화재에 민첩하게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부의 지원을 받기도 힘든 실정이다. 남부지방의 가뭄은 현재 '주의' 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기장군 관계자는 "중앙정부나 부산시의 지원을 받으려면 '주의'를 넘어서 '심각' 단계로 인정받아야 한다"며 "현재는 예비비로 편성된 예산을 우선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장군 농가는 모내기를 끝내고 벼가 뿌리를 내린 상황이다. 아직 가시적인 피해를 본 농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농작물이 근근이 생육하는 수준이어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적잖은 피해가 우려된다.

기장군은 관내 읍·면에 민간 급수차 2대씩을 보낸 상태다. 총 44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와 함께 1억 원가량을 들여 관정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다.

기장군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적정량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부산시에 재난기금 지원을 요청하려 한다"며 "모내기를 못 한 논은 밭작물로 전환하는 등 영농 지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