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민도 장애인 등록 가능해야"
- 복지부, 인권위 권고 따라
- 관련법 개정 추진해 돕기로
- 주거비·생계비 등 온정 쏟아져

'난민 장애인' 미르(10·사진) 군이 장애인으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보건복지부가 난민도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뇌병변장애 1급인데도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파키스탄 출신 난민 미르(본지 지난 21일 자 2면 보도) 군을 돕기 위해서다.

복지부는 난민도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3월 3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복지부 장관에게 '난민 장애인도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난민 인정자도 대한민국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는 난민법 제31조의 취지에 따라 법을 개정해 미르 군을 돕겠다"고 설명했다.

미르 군은 2014년 파키스탄 분리 독립운동을 하던 아버지 칼레드 발로츠 무하마드자이(49) 씨가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자 2015년 4월 어머니·여동생과 함께 부산에 정착했다.

장애인 특수학교인 사상구 솔빛학교 3학년인 미르 군은 통학버스를 타기 위해서 매일 가파른 언덕길과 인도 없는 터널을 지나야 했다.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미르 군에게는 위험천만한 길이었다.

무하마드자이 씨는 미르 군을 장애인으로 등록해 활동보조인 도움을 받으려 했으나 거부당했다. 현행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는 외국인은 재외국민·동포·영주권자·결혼이민자로 한정된 탓이었다. 무하마드자이 씨가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아 복지부에 질의서를 보내고 행정소송을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장애인복지법 개정 추진 소식을 전해 들은 무하마드자이 씨는 "그게 정말이냐"고 연신 되물으며 기뻐했다. 그는 "법원에서도 (행정소송) 기각 결정이 나 걱정을 하고 있었다"면서 "복지부가 법을 바꿔 미르를 도와준다고 하니 믿어지지 않는다. 한국 정부와 도움을 준 모든 분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르가 학교 가는 걸 무척 좋아한다. 새로운 친구와 함께 잘 적응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각종 단체의 도움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미르의 등교를 도와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보내주기로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찾아가는 위기 가정 지원 사업'을 통해 미르 가정에 긴급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임차자금지원사업을 통해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해줄 계획이다.

현재 미르 군의 가족 5명은 사상구 괘법동의 한 월세방(약 56㎡)에서 월세 20만 원을 내고 살고 있다. 거실과 방이 각각 1개씩이어서 불편이 크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