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교통공사 등 영어점수 반영
- 입사지원서엔 학력·출신지 기재
- 하반기부터 직원선발 때 폐지
- 채용방식도 NCS 기반으로

부산의 한 국립대를 졸업한 김모(28) 씨는 3년 전부터 기술보증기금을 비롯한 공기업 취직에 도전했다. 처음 한두 번 떨어지자 토익 점수와 자격증이 부족한 탓으로 여겨 스펙을 쌓았다. 600점에서 출발한 토익점수는 현재 950점이 됐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과 컴퓨터활용능력 1급 자격증도 땄다. 하지만 공기업 정직원도 아닌 인턴 모집에서도 계속 떨어지자 '지방대 출신' 때문이라는 자괴감이 들어 고민했다. 김 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블라인드 채용' 소식을 접하고 활짝 웃었다. 취업 준비생이 각종 스펙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22일 공무원과 공공부문의 블라인드 채용을 지시한 가운데 부산 지방공기업의 상당수는 여전히 영어나 스펙에 가산점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라인드 채용이 현실화하면 지방 공기업의 인재 채용 방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22일 지하철 운영기관인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입사지원을 하려면 토익이 600점을 넘어야 했다. 또 토익 점수에 따라 차등해 가산점을 부여해왔다. 부산지방공단 스포원도 지난해 공채에서 입사지원서에 학력을 쓰고 자격증에 따라 가산점을 줬다. 두 공기업의 입사지원서에는 학력뿐 아니라 출신지역도 적게 돼 있다.

부산도시공사도 지난해까지 어학능력시험 점수와 자격증·학력 기재란이 있었다. 토익의 경우 700점 이상 돼야 지원 가능했다. 부산의 6개 공기업과 19개 출자·출연기관 역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응시원서에 스펙·가족관계·신체조건(사진)이나 학력란이 별도로 있다.

한 출자기관 임원은 "외국어에 뛰어난 마케팅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해외 체류경험이 있는 수험생에게 가점을 주곤 했다"고 털어놨다.

부산교통공사 인사담당자는 "블라인드 채용에 관한 정부 지침이 아직 나오지 않아 하반기 채용을 어떻게 할지 정하지 못했다"며 "이전에도 면접에서는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기반으로 한 블라인드 채용을 해 면접관이 지원자의 학력이나 스펙을 알 수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스포원 인사담당자는 "올해 하반기 채용방식이 NCS 기반으로 바뀌게 되면 입사지원 양식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를 국가가 체계화한 것이다. 2015년 12월 기준으로 총 847개 직업군에 관한 기준이 마련됐다. 현재 부산의 지방 공기업 6곳 모두 NCS를 완전하게 도입한 것은 아니다. 국가직·지방직 공무원과 달리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들쑥날쑥해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공무원 채용을 총괄하는 행정자치부도 지난 5일 부산시에 '지방 공기업 입사지원서 인적 사항 요구 금지에 대한 의견 조회' 공문을 보냈다. 핵심은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응시원서에 인적 사항을 원칙적으로 요구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김희국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