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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정책, 돌파구 절실
정부는 2015년 10월 원전해체산업 육성정책을 발표했다. 원자력진흥위원회가 주관하는 이 사업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에 따른 국내 원전해체 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원전해체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한수원은 해체에 필요한 상용화 기술을 58개로 보고 있는데, 이 가운데 41개는 이미 확보했다.
이처럼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기술 개발에 대해 지역 산업계가 사실상 접근이 어려워 혼선을 겪고 있다. 지역 상공계는 원전해체산업이 조선기자재를 비롯한 부품소재업계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해당 산업에 지역 기업이 적극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으나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에서 애를 태우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해 7월 지역 상공계와 학계, 유관기관 관계자 24명으로 구성된 원전해체산업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원전해체산업 참여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해체작업에 필요한 기술이나 자격 조건 등을 안내하거나 교육하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사실상 준비에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전해체산업특위는 지난달 23일 고리원자력본부를 찾아 지역기업의 원전해체산업 참여 방안과 필요 기술 등에 대해 질의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불황의 늪에 빠진 조선기자재 산업의 사업 다각화를 위해 지역 기업의 원전해체산업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관련 시스템이나 컨트롤 타워가 마련돼 있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라며 "부산시나 산하 기관 등이 주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한수원 등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심잡아야 할 시도 혼선
원전해체산업 기술 개발의 구심점 역할을 할 원전해체센터 유치에 대한 부산시의 정책이 갈팡질팡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부산시는 원전해체센터 유치 논의가 시작된 시점부터 여론에 따라 정책 중심을 옮겨가며 중심을 잡지 못했다.
시는 2015년 7월 '안전'을 중심으로 원자력안전과 소속의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으나 지난 3월에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기조로 관련 업무를 에너지산업과로 이관했다. 현재 부산시는 원전해체기술에 따른 관련 산업 육성보다는 사용후핵연료 보관 장소 등 지역 정서를 중심으로 한 원전해체센터 유치 논리를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울산시와의 공조 여부를 두고 조직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기술을 개발할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반면 울산시는 올해 50억 원의 예산을 울산과학기술대(UNIST)에 지원해 원전해체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UNIST 관계자는 "원전해체기술 논의가 시작되던 시점부터 일부 교수진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지역 산업계와의 연계도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최근에서야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와 원전 해체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관련 산업 활성화를 꾀하고 나섰으나 늦은 감이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원전해체 '트랙레코드' 중요
부산시와 전문가 사이에는 원전해체산업 육성에 대한 시각이 확연히 다르다. 시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에 부품을 납품 중인 강서구 명동산단 소재 26개 원전기자재조합에 원전해체 과정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용접 절단 등 가공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향후 열릴 원전해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대기업 주도 해체 시장에서 지역 기업들은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한다.
반면 부산대 안석영(기계공학부) 교수는 '트랙레코드(실증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미 미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원전해체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다수 존재하므로, 국내 기업이 고리1호기 본격 해체에 맞춰 이를 수행할 기술을 확보해야 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해체산업 연구를 위한 기초과학 연구 활성화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아우르는 기술력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한편 부산시의회 강성태 부의장은 "정부가 하루빨리 원전해체기술 개발을 위한 중심을 잡고 지역화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욱 민건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