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밍웨이의 단골 주점을 찾고
- 칵테일과 모히또를 마시며
- 문학가의 영감을 흉내내볼까

-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에서
- 밤새 선율에, 춤에 취해도 좋지
- 아침이 온다고 열기가 식진 않아
- 밝은 광장은 쉴 새 없이
- 거리의 음악가로 채워지거든

- 이런 도시라면,어떤 여행자도
- 숙소 밖에서 떠돌고 싶을 텐데

남미로 여행을 가기 전, 쿠바는 꼭 꼬집어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가보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곳으로 다가왔다. 그 느낌은 다듬지 않아 헝클어진 길고 검은 머리칼과 짙은 턱수염에 별 하나를 단 베레모를 쓴 채 뭔가를 응시하는 듯한 체 게바라(Che Guevara)로부터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쿠바 아바나 구시가지에서 펼쳐진 거리 축제에서 광대와 음악가들이 장기를 뽐내고 있다.

아바나 국제공항에 밤늦게 도착하여 구시가지에 여장을 풀면 오비스뽀 거리(Calle Obispo)는 여행자들을 숙소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거리의 입구는 '다이키리의 요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바, 헤밍웨이가 가장 좋아한 곳'이라는 벽면과 함께 플로리디타(El Floridita)라는 간판이 네온사인으로 빛난다. 화이트 럼에 레몬주스와 설탕을 곁들인 칵테일을 처음으로 제조한 곳, 헤밍웨이의 단골 주점, 그리고 카스트로와 함께 찍은 사진 곁에 몸을 기대어 선 그의 청동조각상이 있는 곳. 카스트로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스페인 내전(1934~1936년)에 참가하여 파시즘과 공산주의에 맞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옹호한 그가 공산주의 혁명의 지도자에게 건넨 말은 무엇일까?

■ 광장에 흘러 넘치는 밤의 열기

	아바나 구시가지 음악 카페에서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모습.

쿠바 현지인과 외지 관광객들로 붐비는 사이를 겨우 뚫고 따라간 거리는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으로 이어진다. 스페인과 독립 전쟁을 일으킨 영웅 세스페데스(Parque Cespedes, 1817~1873년)의 동상을 중심으로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악기 연주와 노래, 춤으로 밤의 열기 속으로 빠져든다.

광장에서 흘러넘치는 밤의 열기는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와 바의 좁은 공간으로 슬며시 스며들어간다. 광장에서 불과 3~4분 거리에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La Bodeguita del Medio)가 있다.

라 보데키타에서 처음으로 만들었다던 모히또(mojito·레몬즙에 설탕과 민트 잎을 넣고 으깬 후 잘게 부순 얼음과 럼을 넣은 칵테일)를 한 잔 마시면서 '쿠바 여행자의 삶은 라 보데기타의 모히또와 엘 플로리디타의 다이키리에 존재한다'라고 말한 헤밍웨이의 흉내를 내어 볼까?

	헤밍웨이의 단골 주점 '플로리디타'에 있는 그의 조각상.

헤밍웨이와 같이 이곳을 스쳐 지나간 노벨문학상 수상자들-미스트랄(Gabriela Mistral, 1889년 4월 7일~1957년 1월 10일), 네루다(Pablo Neruda, 1904년 7월 12일~1973년 9월 23일), 마르게스(Gabriel Garcia Marquez, 1927년 3월 6일~2014년 4월 17일), 가수들-냇 킹 콜(Nat King Cole, 1919년 3월 17일~1965년 2월 15일), 라라(1897년 10월 30일~1970년 11월 6일) 등의 흉내를 내듯, 모히또를 마시면 예술적 영감이 아니더라도 여행에 대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될까? 아니면 영화 '내부자'(2015년)에서처럼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하자'라고 하면서 '정의? 대한민국에 그런 달달한 것이 아직 남아 있긴 한가?'하고 빗대어 볼까?

모히또로 밤의 열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으면,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의 음악에 흠뻑 젖어도 탓하지 않을 것이다.

두 줄씩 3현으로 이루어진 기타 트레스(tres)를 비롯한 다양한 타악기들이 화음을 이루어 뿜어내는 강렬한 리듬과 유연하고 탄력 있는 몸짓으로 추는 춤,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노래의 선율에 몸을 맡기면 어느새 날이 밝아온다.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은/거부할 수 없어 (…) 귀찮은 일은 전부 제쳐두고/이젠 앉아 쉬고 싶어/내가 봐둔 나무둥치에/끝이 보이지 않는 저 길에…'(대표작 '찬찬' 중). 광장에서 쉬고 싶다고 옆자리에 앉은 여인에게 말해볼까?

■ 구시가에는 거리 음악가의 화음이

	성 프란시스코 광장에서 오비스뽀 거리로 가는 길에 있는 '늙은 방랑자' 동상.

날이 새면 여러 갈래의 골목길과 작은 공원으로 연결된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비에하 광장(Plaza Vieja), 성 프란시스코 광장(Plaza de San Francisco), 대성당 광장(Plaza de Catedral)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든다.

거리예술가들, 아니 거리 음악가들은 혁명광장을 제외한 구시가지에 넘쳐난다. 혁명광장(Plaza de la Revolucion)에는 독립운동가 호세마르티(1853년 1월 28일~1895년 5월 19일), 카스트로와 함께한 시엔푸에고스(Camilo Cienfuegos, 1932년 2월 6일~1959년 10월 28일), 체 게바라(Che Guevara, 1928년 6월 14일~1967년 10월 9일)만 있을 뿐 거리예술가들은 없다.

구시가 거리에는 설치 미술가와 화가, 행위 예술가와 퍼포먼스 등은 거의 없고 거리 음악가들의 연주로 화음을 이룬다.

그사이 간혹 도시 북서쪽에 위치한 존 레논 공원에는 레논 동상(2000년 12월 8일 제작), 성 프란시스코 광장에서 오비스뽀 거리로 가는 길에는 '늙은 방랑자' 동상, 그 광장에서 여객터미널로 가는 길에는 '대화'라는 이름을 가진 청동상(프랑스 조각가 피롯(Etienne Pirot), 2012년 6월 12일 제작) 등이 서 있기도 하다.

거리마다 독특한 예술 활동이 이루어지는 거리에 가고 싶다. 우리 부산에서도 거리마다 다른 예술의 향기에 취해서 날마다 방황하고 싶다.

민병욱 부산대 국어교육과 bmw@pusa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