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도·오솔길 걷는 2·3코스 비해
- 우리나라 3대 누각인 영남루
- 시가지 전체 볼 수 있는 읍성
- '밀양 여의도' 삼문동 강변로 등
- 다양한 볼거리에 인기 높아
- 관아 마당선 형틀·투호 체험도

경남 밀양에 있는 '밀양아리랑길'은 연작시처럼 3개의 둘레길로 구성돼 있다. 1코스는 삼문동과 인근 문화유적지를 둘러볼 수 있고 2·3코스는 각각 추화산성과 용두산에 있는 임도와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1코스는 밀양 읍성에서 시작해 삼문동을 한 바퀴 돌아 영남루에 이르는 6.2㎞이고, 2코스는 밀양향교에서 추화산성을 거쳐 충혼탑으로 이어지는 4.2㎞다. 3코스는 용두목에서 금시당과 월연정을 거쳐 추화산성까지 5.6㎞다.

이 중 1코스는 전국에서도 흔치 않은 도심형 둘레길이다. 그래서인지 1코스에는 밀양강을 제외한 영남루, 읍성, 삼문송림 등 구간 전체가 사람의 손길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둘레길도 좋지만 밀양아리랑 1코스는 도심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문화와 역사를 살펴보며 걷는 재미 때문에 탐방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밀양의 여의도'로 불리는 삼문동 전경. 밀양아리랑길 1코스 구간 대부분은 삼문동 강변로를 한 바퀴 도는 산책로다.

■역사탐방 아리랑길

밀양아리랑길 1코스는 크게 두 구역으로 나뉜다. 먼저 영남루를 중심으로 한 탐방로 구역과 삼문동 밀양강 변을 따라 걷는 산책 구간이다. 영남루 주차장에 주차한 뒤 밀양읍성에 오르면 둘레길을 나서기도 전에 감탄부터 나온다. 탁 트인 전망과 함께 밀양 시가지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밀양읍성은 조선 초기 축조된 이후 수차례 파괴와 복원을 거듭했다. 읍성 정상에서 500m 정도를 내려오면 도심 한가운데 반듯한 기와집과 푸근한 돌담, 모두 19개의 공덕비가 밀양관아였임을 알린다.

2010년 복원 전까지 이곳은 군청과 읍사무소, 내일동사무소로 이용됐다. 이곳에서 행정업무를 보던 동헌을 비롯해 북별실, 매죽당 등 조선 시대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다. 관아 입구를 지키는 포졸 2명, 동헌에는 집무를 보는 밀양부사가 실물 크기의 인형으로 제작·설치돼 있다. 마당 한쪽에는 곤장을 때리는 형틀과 투호, 널뛰기 등이 있어 체험의 재미도 선사한다.

■'밀양의 여의도' 삼문동

관아에서 나와 500m 정도를 걸어 밀양교를 지나면 삼문동이다. 삼문동은 밀양강이 휘감아 돌면서 생긴 육지 속의 섬이다. 한강의 섬인 여의도와 같은 형태여서 '밀양의 여의도'로 불린다. 사방이 강으로 둘러싸인 둔치 덕에 삼문동 강변로는 인기 만점의 산책로다. 오리배 선착장을 기점으로 한 바퀴 도는 거리만 5㎞에 이른다. 단조로운 강변길이지만 길목마다 다양한 시설과 볼거리를 배치, 따분할 겨를이 없다. 강변로를 따라 난 둘레길의 첫 번째 명소인 삼문송림은 조선 시대 말엽 고종 때 밀양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방수림으로 조성됐다. 1만8000여 ㎡에 100여 년생 곰솔 2000여 그루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근년에는 밀양시가 구절초 8만 본을 심고, 매년 10월에 구절초 축제를 열고 있다.

송림을 빠져나와 걷다 보면 두 번째 명소인 암각화 조각공원을 만난다. 둘레길을 따라 2㎞의 둔치에 조성된 조각공원에는 모두 29점의 암각화 조각작품이 설치돼 있다. 밀양댐 건설로 수몰될 예정이었던 단장면 고례리 농암대 일원의 자연석을 가져와 국내외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암각화를 연계시켜 재구성한 것이다.

■영남루와 박시춘 생가

	밀양아리랑길 1코스의 백미로 불리는 상문송림을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

둘레길의 마지막 방문 장소는 영남루 일대다. 삼문동에서 밀양교를 되돌아 건너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을 따라가면 아랑각이 먼저 보인다. 여름 납량특집에 빠지지 않는 전설의 아랑낭자를 기리는 사당이다. 아랑각을 지나면 신라 시대 지어진 사찰 무봉사가 있다. '무봉사 석조여래좌상'(보물 제493호)이 볼거리지만 밀양의 4대 신비 중 하나인 태극나비의 전설이 재미있다. 통일신라 시대 말기 한 무리의 나비가 무봉사 일대에 나타난 뒤 고려가 건국됐다는 것이다. 나비의 날개에는 태극무늬가 새겨져 있어 태극나비라 부르기도 하며 고려 시대에는 '국성접'이라 부르며 보호하기도 했다고 한다. 무봉사 옆의 언덕에는 나비 모형이 세워진 포토존이 있다.

	복원된 밀양관아에서 아이들이 전통체험놀이인 투호를 즐기고 있다.

무봉사에서 100m 정도 내려오다 보면 단간 초가집이 보인다. 2001년 복원된 대중가요 작곡가 박시춘(1913~1996)) 생가다. 대중가요 창작인으로는 첫 문화훈장을 받는 등 한국 가요사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대표곡인 '애수의 소야곡' 노래비와 흉상이 있고 초가에 설치된 툇마루, 가마솥이 정겹다.

밀양아리랑길 1코스의 마지막은 영남루(보물 제147호)다. 진주의 촉석루,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누각으로 불린다. 옛날에 귀한 손님을 맞이해 잔치를 베풀던 이곳은 1842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2년 뒤인 1844년에 부사 이인재가 재건한 것이 현재의 건물이다. 에펠탑 아래에 서면 에펠탑을 볼 수 없듯이 영남루에 들어가서는 그 빼어난 모양새를 감상할 수 없다. 영남루 경관은 역시 삼문송림 숲길에서 바라봤던 모습이 천하제일경이다. 이민용 기자 mylee@kookje.co.kr

	밀양아리랑길 1코스 출발지점인 밀양읍성과 최고의 전망대 누각인 무봉루. 밀양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