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병원서 출산, 집에 방치
- 작년 1월 샤워하다 아기 낳아
- 기절한 뒤 깨어나니 이미 숨져"
- 경찰 살해여부 수사 오늘 부검

30대 여성이 자신이 낳은 신생아 2명의 시신을 수년간 집 냉장고에 보관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영아 살해와 사체 유기 혐의로 김모(여·34)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1월 혼자 살던 남구 대연동의 한 원룸에서 출산한 여자 아이가 사망하자 시신을 검은 봉지에 넣어 가정용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일을 하다 몸이 안 좋아 퇴근한 후 집에서 샤워 중에 아기를 출산하고 2시간가량 실신했다가 깨어 보니 아기가 숨을 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냉동실에 유기한 영아 시신은 김 씨 동거남의 여동생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78)를 모시고 사는 오빠의 집에 종종 들르던 여동생이 음식 재료를 찾으려고 냉장고를 뒤지다 시신을 발견했다. 김 씨는 지난해 4월부터 남구 문현동 동거남의 아파트에서 살았다.

경찰은 김 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냉동실에 또 한 명의 영아 시신을 보관해왔다는 사실도 자백받았다. 이 아기는 2014년 9월 19일 김 씨가 수영구 남천동의 한 산부인과에서 출산했다. 김 씨는 곧장 병원에서 퇴원해 아기를 집으로 데려왔으나 제대로 돌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김 씨는 아이가 숨지자 시신을 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김 씨는 "아기를 낳았으나 키울 여력이 안 돼 이틀 동안 방치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두 영아의 시신을 자신의 원룸 냉장고에 보관하다 지난해 4월 이사 때 동거남 아파트의 냉장고로 옮겼다. 시신을 다른 곳에 유기하면 누군가 발견할까봐 동거남 아파트의 냉장고에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동거남은 5년 전부터 김 씨와 알고 지내다 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거남은 교제를 시작한 후에 김 씨가 임신을 하거나 출산한 사실은 없다고 경찰에 밝혔다. 김 씨는 아기의 친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동거남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잘 모셨다. 냉장고에 시신을 유기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19일 부검을 통해 샤워 중 출산한 아기가 생존 상태였는지 밝힐 것"이라며 "구체적 범행 동기와 주변인의 연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002년과 2003년 서울 서래마을에 살던 프랑스인이 자신이 낳은 아기 2명을 살해한 뒤 냉동실에 보관해 온 사건이 밝혀져 국민적 분노를 산 적이 있다. 당시에도 발생 3, 4년이 지난 2006년 7월에 사건이 알려졌고 프랑스인 부부는 재판에 넘겨졌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