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성 둘러싸고 논란 확산
- 병원 측 "원인 불명의 심정지"

정신병원 입원을 거부하며 흉기를 휘두르던 40대가 경찰이 쏜 테이저건(전기충격기·사진)을 맞고 숨졌다. 2005년 국내 경찰이 테이저건을 도입한 이후 첫 사망사고여서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6시19분께 함양에 사는 A(44) 씨 어머니로부터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켜야 하는데 삽과 낫을 들고 위협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 씨 어머니는 과거 수차례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입원 치료한 아들이 최근 약을 먹지 않아 상태가 나빠지자 이날 아들을 입원시키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A 씨를 설득했다. 반면 A 씨는 경찰을 보자 흥분해 삽과 낫으로 위협했다. 당시 현장에는 경찰 외에 A 씨 부모와 진주의 한 정신병원 직원 3명이 있었다.

결국 현장에 있던 5명의 경찰관 중 1명이 테이저건 발사를 경고한 뒤 오후 7시29분께 A 씨의 등 부위를 겨냥해 발사했다. 첫발은 빗나갔다. 이어 A 씨와 3ｍ가량 떨어져 있던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A 씨는 배와 오른팔에 침을 맞고 쓰러졌다. 테이저건은 한 번에 전류가 흐르는 전선이 달린 두 개의 침이 발사된다.

경찰은 쓰러진 A 씨를 수갑을 채워 마당에 앉혔다. 그런데 갑자기 A 씨가 쓰러지며 이상 징후를 보였다. 경찰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구급대를 불러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A 씨는 오후 8시20분께 사망했다. 병원 측은 A 씨 시신을 검안한 결과 '원인 불명의 심정지'라는 의견을 냈다.

테이저건은 국내에 2005년 처음 도입되었으며 지난해 전국에서 431차례 사용됐다. 국내에서 테이저건을 맞고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A 씨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1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양산분원에서 시신 부검을 했다. 또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와 청문감사담당관실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온라인공간에서는 정당한 공무집행이냐, 과잉진압이냐를 놓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경찰을 흉기로 위협했으니 테이저건을 사용한 것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미국이었다면 테이저건이 아니라 실탄을 발사했을 것"이라며 테이저건 사용을 두둔했다. 반면 한 누리꾼은 "피해자는 흉악범도 아니고 환자다. 부모님이 아들 쏴 죽이라고 경찰을 부른 게 아닐 텐데"라며 과잉 진압을 질타했다.

김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