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5명 뭉친 기획전 진행 중
- 민간 주도 도시재생 사례 주목

낡고 외진 산복도로 한 아파트에 갤러리가 생겼다. 정적만 흐르던 곳에 사람이 몰리면서 민간영역의 도시재생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낡은 아파트 숨결 불어넣은 미술관- 15일 부산 동구 수정아파트에 마련된 '갤러리 수정'을 찾은 주민들이 윤창수(오른쪽) 작가에게 작품설명을 듣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부산 동구 수정동 산복도로 중턱에 위치한 수정아파트. 이곳 4동 A408호에 지난달 20일 '수정'이라는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1969년 건립된 수정아파트와 '동갑'인 윤창수(48) 사진작가가 갤러리 이름을 수정이라고 지었다.

20여년 전 이곳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윤 씨는 지난 2월부터 형 명의로 돼 있던 아파트를 손수 리모델링했다. 주민과 소통하는 문화공간을 만들어 오래되고 불편한 산복도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천장에는 옛 공간의 흔적을 일부러 남겨뒀다. 산복도로 갤러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다.

현재 '갤러리 수정'에선 부산과 광주·경남에서 활동 중인 작가 5명의 작품을 전시한 '빈'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텅 빈 공간에 다시 무엇인가 채워지길 기다린다는 뜻에서 기획전 이름을 '빈'이라고 지었다. 지난달 개관일에는 전국 각지에서 사진작가와 사진 동호회원들이 모여 수정아파트 복도가 꽉 차기도 했다. 10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원도심의 광경까지 더해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는 21일에는 새로운 전시회가 시작된다. 울산에서 활동하는 박태진 작가의 작품이 산복도로를 채울 예정이다. 윤 씨는 "짧게는 2주, 길게는 한 달 정도의 기간을 두고 계속 전시회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관광객이 자주 찾는 산복도로의 명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 씨는 갤러리 수정과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사진마을 수정'이라는 카페 겸 사진관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당초 이곳은 동구가 주민 휴식공간으로 만든 공간인데 제 역할을 못하자 윤 씨에게 운영을 맡겼다. 수정 4동 산복도로에선 최초이자 유일한 카페다. 한 잔에 500원인 다방커피부터 고급 핸드드립 원두커피까지 준비돼 있다. 차를 마시며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윤 씨는 "사진작가만의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라며 "원주민의 삶이 곧 수정동의 역사인 만큼 앞으로 그분들의 개인 사진들을 주제로 한 전시회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