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비정규직 제로화에 역행"
- 교육청 "정규직화 대비 조치"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1개월 초단기 계약이라는 그늘을 만들고 있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지침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정규직을 채용하려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부산시 교육청은 지난달 30일 '공공도서관 근무여건 개선안'을 도서관에 전달했다고 8일 밝혔다.

문서에는 토·일요일 공공도서관에서 일할 단시간 근로자(주 15시간 이하 근무)를 채용하는 3가지 안이 담겼다. 주5일제 근무제 시행으로 정규직의 근무일수는 축소된 반면 도서관 운영 시간은 늘어나 추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3가지 안은 ▷단시간 근로자 62명 채용(정규직은 주말 월 2, 3회 근무) ▷단시간 근로자 92명 채용(정규직 월 1, 2회 근무) ▷현행처럼 정규직 월 4일 이상 주말 근무이다. 1안이나 2안이 확정되면 단시간 근로자는 매달 고용계약을 맺어야 한다. 교육청이 '단시간 근무자 채용 때 1개월 단위 계약'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도서관별로 3가지 안 중 1가지를 선택해 회신하도록 했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자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즉각 반발했다. 조합원들은 이날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서관 연장 실무원의 무기계약직 전환이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 교육청이 초단기 비정규직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며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청은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대비하려는 조치"라고 반박했다. 향후 정부가 도서관 정규직 정원 확대를 결정했을 때 연 단위로 계약한 단시간 근무자가 있다면 되레 정규직 채용이 어려워질 수 있어 1개월 단위 계약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교육청 담당자는 "공공도서관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의견을 듣고 있다. 3가지 안 중 하나를 반드시 택하겠다는 의미도 아니다"며 "예산 담당 부서도 정부 정책이 어떻게 결정될지 몰라 채용 일정을 미루고 있다. 도서관장들도 TF를 구성하자고 제안해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윤미경 도서관연장실무원 분과장은 "도서관 근무자를 일회용품 취급한다는 뜻 아니냐"며 "정원이 확대되더라도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해왔던 기존 비정규직 도서관 연장 실무자의 정규직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