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낮 12시 부산도시철도 1호선 장전역. 80대 치매 환자인 A 씨가 환자복을 입고 서성였다. A 씨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징표는 신발에 적힌 이름 석 자가 전부였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이모(53) 씨가 환자복에 적힌 병원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면 A 씨의 배회는 장기화될 뻔했다. 동래구보건소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오전 9시께 장전역에서 3㎞ 떨어진 한 요양병원에서 이곳까지 걸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치매 환자 실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배회감지기의 보급률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치매 환자 실종사고는 2015년 9046건에서 지난해 9869건으로 증가 추세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695건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반면 위치추적장치(GPS)가 부착돼 보호자나 경찰이 조기에 치매 환자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배회감지기 보급률은 시행 8년이 지나도록 저조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국 치매 환자 72만4857명 중 배회감지기 착용자는 2142명으로 1%가 채 안 된다. 부산에서도 4만9840명의 치매 환자 중 배회감지기를 지급 받은 사람은 141명에 불과하다. 건강보험공단은 2만~4만 원 정도의 배회감지기를 신청하면 본인 부담액 15%에 월 2970~5200원의 대여료를 받고 지급한다.

배회감지기 보급이 저조한 이유는 치매 환자나 가족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배회감지기 자체를 모르는 환자 가족도 상당수다. 3년 전 치매를 앓기 시작한 남편을 돌보고 있는 윤모(여·63) 씨는 "배회감지기는 처음 들어본다. 부산시에서 주는 '배회 인식표'는 여러 개 받았는데 남편을 치매 환자라고 광고하는 것 같아 옷에 달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배회감지기 대신 바코드가 새겨진 스티커 형태의 배회인식표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데 여전히 보급률이 저조하다. 지금까지 배회인식표는 지난해 592명을 포함해 시행 첫해인 2008년부터 지금까지 3625명에게 배포됐다.

부산대 김진현(사회복지학) 교수는 "배회감지기가 일종의 '낙인'처럼 보이지 않도록 기술적으로 잘 만들 필요가 있다. 또 부양가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도록 돕고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