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간 381건 발생…피해 급증
- 무기접착제 사용 의무화 필요

지난 2월 부산 수영구 한바다 중학교 증축 현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작업자 1명이 숨지고 재산피해는 3억5000만 원에 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은 당시 용접 불똥이 스티로폼 단열재로 튀면서 불이 났다고 결론 내렸다. 소방당국은 이런 현상을 '단열재 화재 확산'이라고 부른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불연성 단열재도 접착제나 다른 건축자재 때문에 불이 커지기 일쑤다.

26일'건물 단열재 화재 재현 실험'에서 유기접착제로 붙인 왼쪽 단열재는 불에 잘 탄 반면 오른쪽 무기접착제로 붙인 단열재는 불이 잘 붙지 않았다. 연합뉴스

부산소방안전본부가 건축 자재의 무기접착제 사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단열재에 사용된 접착제에 따라 불이 났을 때 확산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방당국은 접착제를 바르는 방법에 따라서도 화재 확산 속도가 차이 난다며 26일 오후 강서구 지사동에서 실제 실험을 했다. 2분 동안 유기접착제와 무기접착제를 사용한 단열재를 가열해 불이 번지는 속도를 측정했더니 유기접착제를 사용한 단열재는 화르르 탄 반면 무기접착제를 사용한 단열재는 그을음만 남기고 스스로 꺼졌다. 유기접착제에는 폴리비닐아세트산을 비롯해 합성수지 성분이 들어간다. 무기접착제는 시멘트나 이산화규소 성분으로 만들어진다.

소방본부 화재조사계 이정섭 소방장은 "건물 내부 접착제 사용에 따라 화재 확산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육안으로도 불이 번지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소방본부의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건축물 스티로폼 단열재 화재 확산으로 11명이 다치고 133억 원가량의 재산피해가 있었다. 스티로폼 단열재 화재 확산은 38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만 136건의 스티로폼 단열재 연소확대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89건의 단열재 화재 확산이 일어났다. 인명피해 6건(사망2건)과 재산피해 96억 원이 발생했다.

소방본부는 이날 실험 결과를 토대로 국토교통부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을 요청할 예정이다. 현재 단열재와 도장과 같은 코팅재료에만 불연재료나 준불연재료를 사용하게 되어 있는데 여기에 무기접착제 사용을 의무화해달라는 것이다.

소방본부 김정식 화재조사담당은 "유기접착제는 시공이 편하지만 불이 쉽게 옮겨붙는다. 무기접착제는 마르면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화재 피해를 덜어준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