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원고 교감 출항 반대 문구도

"죽으면 안 돼. 꼭 살아있어야 돼." "나왔어? 다른 사람 핸드폰으로라도 연락해줘."

26일 목포신항 사무실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복구한 세월호 희생자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세월호 선체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2대의 데이터가 복구됐다. 동료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긴박한 문자 메시지도 발견됐다. 참사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교감이 출항을 반대한 듯한 메시지도 나왔다. 휴대전화 중 1대는 침몰 직전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1분까지 정상 작동한 것으로 밝혀졌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소위원회는 26일 목포신항 사무실에서 열린 소위원회에서 전문복원기업 모바일랩이 작성한 휴대전화 2대의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를 공개했다.

희생자 A 씨 휴대전화에서는 전화번호부(255건) 통화목록(4142건) 문자메시지(2952건) 카카오톡(3만1895건) 사진(14만2162장) 영상(8개) 음성(409개)이 복구됐다. 최종 정상 작동 시각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1분이었다. 휴대전화 사용자는 오전 9시29분까지 메시지를 확인했다. 미처 읽지 못한 수신메시지는 "꼭 연락해야 해" "해경이 경비정 투입했대. ○○야 죽으면 안 돼 꼭 살아있어야 돼" "○○야 헬기 탔어???"처럼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오전 10시1분 마지막으로 수신된 메시지는 "나왔어? 다른 사람 핸드폰으로라도 연락해줘"였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세월호에서 발견된 휴대전화라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안민석 의원 페이스북 캡쳐

다른 휴대전화에서는 전화번호부(516건) 통화목록(8466건) 문자메시지(5002건) 카카오톡(4만1646건) 사진(32만3729장) 영상(583개) 음성(1422개)이 복구됐다. 최종 정상 작동 시각은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47분이었다.

참사 직후 책임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강모 교감이 출항을 반대한 정황도 나왔다. 복구된 한 휴대전화에서는 출항일인 4월 15일 오후 6시42분 "안개로 못 갈 듯"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발송됐다. 오후 7시2분에는 "교감은 취소 원하고"라는 메시지가 남았다.

세월호는 짙은 안개 탓에 인천항 출항 시간을 4월 15일 오후 6시30분에서 오후 9시께로 늦췄다. 선체조사위는 당시 무리한 출항 결정이 있었는지를 조사하는데 의미 있는 단서라고 보고 있다. 수학여행 인솔단장이던 강 교감은 참사 발생 이틀 후인 4월 18일 진도 체육관 근처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0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에는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 내가 수학여행을 추진했다"고 적은 유서도 발견됐다. 유족은 강 씨의 사망이 순직에 해당한다며 순직유족급여를 청구했다가 거부됐으며 소송에서도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