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싱크탱크인 부산발전연구원(BDI) 퇴직 연구원이 군사보호구역의 고도제한을 풀어주겠다며 건설사 대표로부터 거액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조용한)는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BDI 전 선임연구원 강모(54) 씨와 건설 용역업을 하는 정모(58)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강 씨는 2010년 2월 부산 해운대구 좌동의 군사보호구역(8만2500㎡)에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고도제한을 풀어주겠다며 A 건설사 대표에게 접근했다. 이때 강모 씨 등 2명은 "해운대구청장을 잘 아니, 따로 부탁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해 고도제한을 풀어주겠다"고 제안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강 씨는 2009년께 해운대구가 진행한 '2030 해운대 비전 설정'을 비롯해 해운대구가 추진하는 정책의 연구용역을 주로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군사보호구역은 5층 미만의 건물만 지을 수 있으며,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관할 자치단체장의 승인이 있어야 고도제한을 풀 수 있다.

군사보호구역 내 고도제한 등 규제에 막혀 해당 부지에 아파트 신축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던 A 건설사는 강 씨의 말에 혹해 6억 원을 정 씨에게 건넸다. 검찰은 6억 원 중 1억 원이 강 씨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가 된 좌동의 군사보호구역은 해운대 신시가지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는다.

검찰은 강 씨가 실제 고도제한 완화를 결정할 권한이 없어 뇌물죄를 적용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A 건설사에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또 이미 뇌물공여죄 공소시효인 5년이 지났다는 점도 고려했다.

검찰은 "실제 강 씨가 배 전 해운대구청장에게 고도제한 해제를 청탁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며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혐의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고도제한은 풀리지 않았고 사업도 추진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BDI는 부산시나 공공기관의 정책 수립을 위한 용역을 수행하는 기관이며 강씨는 지난 달 퇴직했다.

배 전 구청장은 '엘시티 비리'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상태다. 신동욱 기자 i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