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에게 발라드 음악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어찌 대답할까? 발라드의 뜻이 우리와 다르기에 코드가 서로 안 맞아 말이 잘 안 통할 것이다. 서양인에게 발라드는 클래식 뮤직에 가깝다. 춤추다는 라틴어 'ballere'에서 왔다는 발라드는 유럽 각 지역의 전설, 설화, 민담, 역사에 따른 시(譚詩)다. 이 흥미로운 서사적 이야기에 따른 음악이 발라드다. 하지만 우리에게 발라드는 느린 템포의 감미롭고 서정적인 사랑 노래다.

미국의 빌보드 차트는 Adult Pop, Country, Folk, Rock, R&B/Hip-Hop, Dance/Electronic 등 음악 장르별로도 인기 순위를 매긴다. 영국의 UK 차트나 일본의 오리콘 차트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거기에 발라드라는 장르는 없다. 결국 한국인의 발라드는 우리끼리만 통하는 음악 코드(not chord but code)다. 이지 리스닝으로 불렸던 어덜트 컨템포러리가 엇비슷하지만, 우리의 발라드는 훨씬 더 의미가 넓고 크다. 우리나라에선 리듬앤블루스(R&B)마저도 발라드로 접수된 형국이다. 록에서도 록 발라드를 좋아하는 상황이다.

음반·음원 유통 형태별로 인기 순위를 매기는 우리나라 가온 차트가 장르를 구분한다면 발라드 장르가 성인 트로트 장르와 함께 양대 주류가 될 듯하다. 야들야들한 발라드를 좋아하는 우리는 부드럽고 상냥하며 다정스러운 한민족이다. 대한민국 문화 코드는 정(情)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 많은 순한(tender) 사회에서 살아야 맞는데 사납고 거친(tough) 사회에서 싸우듯 살고 있다. 요즘 심성이 거칠어졌다 싶으면 아름다운 발라드라도 들으며 마음을 순하게 되돌리자.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