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의 기표소 들어가 고발 등
- 공직선거법 위반사례 1000여 건
- 투표지 길어 분류기계 오작동도

- 개표 과정서 문재인 후보 선전
- "지역 구도 무너졌다" 분석도

"여기 부산 맞나!" "지역구도가 무너진 게 맞나!"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투표용지를 훼손하거나 대리투표를 한 유권자가 대거 적발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출구조사에서 부산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개표에서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왔다.

■대리투표에 기표용지 훼손도

19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부산 수영중학교 체육관 개표장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부산 동구 수정5동 제1투표소에선 김모(82) 씨가 "투표를 잘못했다. 용지를 재발급해 달라"고 요구하며 소란을 피웠다.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은 김 씨는 경찰이 출동하자 재발급 요구를 중단하고 귀가했다. 경남 김해시 어방초등학교 활천5투표소에서는 한 남성이 투표용지를 찢었다.

기표한 투표용지를 공개해 무효처리된 일도 발생했다. 울산 북구 양정동 제2투표소에서 40대 여성이 투표용지를 촬영하다가 선거사무원에게 들켰다. 사진을 지우고 기표소 밖으로 나오던 여성은 실수로 기표용지를 다른 유권자와 선거사무원들에게 노출해 무효처리됐다.

부산 강서구 명지초등학교 투표소에서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70대 남편을 돕기 위해 함께 기표소에 들어갔던 60대 부인이 사무원들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모(76) 씨는 부산진구의 한 투표소에서 김모(여·79) 씨가 투표할 때 기표소에 따라 들어가 대신 기표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울산에서는 동명이인 때문에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 오후 2시10분께 남구 달동 5투표소(동평초등학교)에 A(여·48) 씨가 투표를 하러 갔더니 이미 명부에 누군가 사인을 한 상태였다. 선거사무원들은 우여곡절 끝에 동명이인 B씨가 투표한 사실을 발견했다. B 씨는 삼산동 4투표소에서 투표해야 했는데 자신의 주소가 달동이어서 달동 5투표소에서 투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A·B 씨의 투표는 모두 유효표로 인정됐다.

■개표장 술렁…여기저기서 장탄식

19대 대선 투표일인 9일 수영구 미광화랑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이날 밤 부산진구 개성고등학교 개표장. 개표 시작 전부터 장내가 술렁였다. 출구조사에서 문재인 후보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한국당 개표 참관인 김모(50) 씨는 "부산에서 홍 후보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을 줄 알았는데 솔직히 당황스럽다"고 털어놨다. 실제 부산지역 개표에서도 문 후보가 선전하자 "놀랍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 참관인인 김정애(여·39) 씨는 "문 후보가 부산에서 50% 이상 득표할 줄 알았는데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구 대평초등학교 개표소에서는 교부된 투표용지 개수와 실제 투표용지 개수가 맞지 않아 혼란이 발생했다. 영도구 남항동 제2투표소의 투표함 개표 결과 1427표가 집계됐으나 투표소에서 기록한 교부 투표용지 수는 1428장으로 조사돼 선관위가 확인에 나섰다.

개표가 올바르게 진행되는지 살펴보는 참관인들의 눈은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일부 참관인은 스마트폰과 셀카봉을 결합해 투표함 속과 탁자 밑을 구석구석 녹화하기도 했다. 한 참관인은 "혹시 모를 부정개표에 대비해 모든 과정을 녹화해 남기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영구 수영중학교 체육관 개표소에서는 개표 초반 길어진 투표용지 때문에 용지 분류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정철욱 김진룡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