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젊은이들이 춤추는 공간인 고고(GoGo)장은 1980년대 디스코장으로 불렸다. 요즘 청년들은 클럽에서 EDM에 맞추어 추지만 중장년 노년들은 나이트, 카바레, 콜라텍 등에서 블루스나 지루박 춤을 춘다. 하지만 '대전 블루스'처럼 느린 음악에 남녀가 붙어 추는 블루스나 트로트 메들리처럼 신나는 템포에 추는 지루박은 지극히 한국화된 변종이다.

흑인 노동노래 블루스(왼쪽)와 지루박으로 된 지터벅.

미국에 노예로 끌려와 고달플 때 혼자 외치며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부르던 노동요가 블루스(Blues) 기원이다. 흑인들이 교회를 다니면서 그 애환을 하나님(God)에게 말하듯(spell) 불렀다. 이 흑인영가인 가스펠도 블루스다. 20세기 전후 흑인들은 블루스에 유럽 클래식의 화성을 받아들여 재즈로 발전시켰다. 1910년대 래그타임, 1920년대 부기우기, 1930년대 춤추기 좋은 스윙, 1940년대 감상용 재즈인 비밥(bebob), 1950년대 대중화된 리듬앤블루스, 1960년대 정서를 표출하는 소울, 1970년대 흑인 원시로 회귀하는 훵크(funk), 1980년대 경쾌한 디스코, 1990년대 흑인들 힙합(hiphop) 문화에 따른 랩(rap) 등도 뿌리는 다 블루스다. 블루스가 팝이나 록 음악에 미친 영향력이나 지분은 절반이 훨씬 넘는다.

체면 따위는 던지고 요동치는(jitter) 벌레(bug)처럼 추는 게 지터벅이다. 흑인들 음악인 블루스가 우리나라에서 야릇한 댄스로 변했듯이 스윙에 맞추어 추던 지터벅도 사교댄스인 지루박으로 변했다. 욕보는 변질일까? 나아진 변화일까? 그런 이분적 상하 우열을 떠나 우리 식대로 맞춰진 변모다. 문화에 저질과 고상의 구분은 의미 없다. 다만 다양한 변천이 있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