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대표적인 '고령도시'인 동구가 지역 주민을 '건강 조력자'로 활용해 노인질환 예방에 나선다. 보건소 인력 부족으로 촘촘한 건강복지를 벌일 수 없게 되면서 고안한 고육책인데, 새로운 정책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구보건소는 지난 24일 '치매파트너 발대식'을 열고 주민 40명을 치매파트너로 임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동별로 나뉘어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치매가 의심되는 이들을 발견해 보건소에 통보하는 임무를 맡는다. 보건소는 파트너의 신고 내용을 간이검사(MMSE)를 확인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근처 협약병원에서 신경인지검사와 뇌영상 촬영 등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치매 등의 노인질환은 조기에 증상을 파악해 치료해야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중증치매로 악화된다. 문제는 동구가 부산에서 노인이 가장 많은 도시임에도, 치매 질환 여부를 파악하는 인력이 전무하다시피했다는 점이다.

　동구는 총 8만7900명의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만9774명이다. 노인인구가 전체의 22.48%에 달한다. 이는 전국 평균(13.46%)의 배에 가까운 수치이며, 부산의 평균 노인비율(15.21%)보다 훨씬 높다. 동구보건소는 노인 인구 중 9.1%인 1799명이 이미 치매에 걸렸거나, 치매 가능성이 높은 이들로 추정하고 있다.

　여태껏 동구보건소에서 치매노인의 방문·점검 등을 담당하는 직원은 기간제 간호사 1명뿐이었다. 이 직원은 치매뿐 아니라 다른 만성질환과 정신건강 상담, 일반행정 업무까지 병행해야 하는 탓에 현장을 찾는 것을 사실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 직원 1명을 대신해 40명의 파트너가 활동하는 것이다.

　이들은 고위험군 방문조사 외에도 ▷고독사 방지 업무 ▷치매환자 가족 모임 지원 ▷치매인식개선 캠페인 홍보활동 ▷인지 저하 어르신 발견 후 조기검진 안내 등을 벌인다.

　최연옥 동구보건소장은 "파트너의 상당수가 60세 이상이다. 남을 돕는 것 자체가 치매 예방에 좋다고 설명하니,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보이며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동구는 파트너에게 별도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대신, 연말 개별 성과를 확인해 구민 표창장 등을 수여한다.

　이외에도 동구보건소는 이외에도 약사들을 자원봉사자로 활약하게 하는 '약손 프로젝트'를 오는 6월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다. 약사들이 산복도로 노인 집을 방문하며, 고혈압과 당뇨약, 감기약을 오남용하지 않도록 투약지도 하는 것이 핵심이다. 총 10명의 약사가 활동한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