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지확보 임대료 부담 등 이유로
- 부산 21곳 중 19곳 높은 곳 위치
- "기준 준수 땐 오염도 더 심할 것"

미세먼지 오염도 등을 파악하려고 부산 곳곳에 설치된 '도시대기 측정소'가 환경부 권고 기준을 어긴 채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당국이 공표하는 대기오염 측정치와 실제 체감하는 오염도의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5일 부산시와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의 '대기오염 측정소 현황'에 따르면 부산 측정소 21곳 중 19곳의 측정소가 지상 10m 이상 높이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환경부의 '대기오염측정망 설치·운영지침'에는 지상 1.5~10m 내에 설치가 원칙이다.

실제 부산 중구 광복동 측정소가 지상 19m, 사하구 장림동 측정소 12.7m 등 19곳의 측정소 평균 설치 높이는 17.49m로 환경부 기준을 훨씬 초과했다. 동구 수정동 측정소는 동구청 6층 옥상에 설치돼 무려 31.2m에 달했다. 온천동과 초량동 대로가에 설치된 '도로변 측정소'만 4.5m 높이였다.

측정소는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오존(O3) 등 6종류의 대기오염 물질 농도를 잰다. 10m 이내 측정소 설치 권장은 사람의 일상생활권의 대기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환경부 지침과 달리 측정소가 운영돼 온 까닭에 정확한 대기오염 상태를 파악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해 부산의 PM 2.5 농도 평균치는 전국 7대 도시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본지 지난 7일 자 7면 보도)돼 '대기질 최악 도시'라는 오명을 들었다. 측정소가 기준에 맞게 들어섰더라면 실제 오염도는 훨씬 더 높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산의 대기환경 개선 운동을 벌이는 생명마당의 민은주 기획실장은 "지상과 가까운 곳의 대기 오염도는 지상 20m 이상 지점보다 훨씬 높다. 시의 행정편의주의 때문에 그동안의 미세먼지 측정치가 낮게 집계됐다"고 지적했다.

시 환경당국은 부지 확보 문제로 환경부 지침을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측정소 설치에 필요한 3×4m의 부지를 지상 1층에 마련하기에는 임대료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측정소 19곳 대부분이 별도 점용료나 임대료가 발생하지 않는 초중고교나 동 주민센터 옥상 등에 있다. 시는 올해 1억1000만 원을 들여 동구청 옥상에 있는 측정소를 1층으로 이전하는 등 총 3곳의 측정소를 이전한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