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부실시공 의혹도 조사

1000세대 규모의 고층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200t이 넘는 철근을 훔친 일당이 검거됐다. 경찰은 도난된 철근이 용도가 정해진 '재단된 철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설계대로 철근이 시공됐는지 조사 중이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상습 특수절도 혐의로 A 아파트의 골조 철근공사를 맡은 B사 팀장 이모(56) 씨를 구속하고 고물상 업주 김모(54) 씨를 불구속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4개동으로 이뤄진 A 아파트는 이미 입주가 마무리된 상태다.

이 씨와 김 씨는 공모해 2011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차례에 걸쳐 A아파트 공사장에서 1억5000만 원 상당의 철근 217.74t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는 또 작업자 수를 부풀려 노임 4890만 원을 챙긴 혐의(사기)도 받는다.

원청 건설사가 하도급을 준 2개사 가운데 B사는 2개동의 철근 시공을 맡았다. 이 씨가 빼돌린 철근은 원청이 B사에 지급한 7491t의 2.9%에 해당한다.

경찰은 이 씨 일당이 아파트 골조 공사에 사용돼야 할 철근을 훔친 만큼 부실시공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재단된 철근이란 용도에 맞게 가공됐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골조 공사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철근 가운데 3%가량이 시공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씨는 경찰조사에서 "실제 필요한 철근보다 많은 양을 원청으로부터 받았다. 또 시공 후 남은 철근을 팔았기 때문에 부실공사는 아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청 건설사 측도 "재시공·오시공이나 관리부실로 파손되는 양까지 고려해 4% 정도의 여유분을 B사에 지급했다. 따라서 3%가량이 도난당했다고 해도 설계에 필요한 철근은 모두 투입돼 아파트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원청 측은 또 "골조 공사는 철근을 심고 거푸집을 만든 뒤 콘트리트를 타설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모든 공정을 감리가 감독하는 만큼 철근이 적게 들어가는 일은 발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실시공을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소장은 "철근 3%가 도난당했는데도 준공이 됐다면 오시공·재시공에 따른 손실이 거의 없었다는 말인데 실제 건설현장에서 그런 일은 거의 없다. 도난된 철근이 모두 여유분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경찰은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 씨 등의 철근 절도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불법 하도급·절도 수사와 함께 아파트 정밀진단을 통해 부실시공 여부를 가리도록 국토교통부·부산고용노동청과 건설단체에 수사 결과를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